[손에 잡히는 책] 서구의 사상으로 반휴머니즘적 요소 엿보기

입력 2012-10-18 18:20


불멸화위원회/존 그레이(이후·1만6500원)

‘인간도 동물과 다를 바 없는, 자연 선택의 우연한 결과일 뿐이다.’ 다윈의 ‘종의 기원’이 함축하는 메시지다. 정말 그럴까? 그렇다면 인간도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지구상에서 언젠가 영원히 사라져 버릴 그런 존재인가 하는 물음에서 시작하는 저서다. 다윈의 논리대로라면 삶의 의미나 가치, 이상 따위가 쓸모없게 된다. 그 혼돈과 허무에서 빠져 나오기 위해 사람들은 더욱 삶에 집착하게 되고 죽음을 거부하려는 시도로 이어진다.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 출신의 저자는 구원이라는 기독교적 관점으로 이 문제를 들여다보았다. 엄밀히 말해 서구의 사상으로 나치즘과 공산주의, 테러와 전쟁 등 반휴머니즘적 요소를 들여다 본 것이다. ‘불멸화위원회’는 빅토리아시대 저명인사들이 비밀리에 행하던 ‘교령회’와 소비에트의 볼셰비키 지식인 분파가 주도한 ‘죽음 그 이후’ 프로젝트다. 이들은 과학으로 죽음을 정복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이 책은 불멸의 욕망의 결론을 이렇게 이야기한다. “과학은 인간의 운명을 향상시켜 주는 게 아니라 인간이 살아가는 자연환경을 훼손한다. 과학은 대량 살상의 기술을 만들어 낸다. 따라서 인간을 인간이라는 존재로부터 벗어나게 해주지 못한다.”

전정희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