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책] 정조가 펼친 문체반정 이유·과정 쉽게 풀어내
입력 2012-10-18 18:20
문체반정, 나는 이렇게 본다/김용심(보리·1만5000원)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보리 한국사’ 시리즈 두 번째 이야기. ‘문체반정’은 조선 정조 때 유행하던 소설 문체를 나쁜 문체로 몰아 엄격히 금했던 정책. 대신 수천 년 전 쓰던 고전 문체로 돌아가자는 주장이다. 개혁 군주라 불리는 정조는 왜 시대에 거스르는 이런 정책을 펼쳤을까.
이 책은 그 이유와 과정을 살펴보면서 학문과 정치 사이에서 무너져 갔던 정조의 열정과 한계를 짚었다. 또 임금에 맞서 끝까지 자기 문체를 지키며 또 다른 세상을 꿈꿨던 박지원과 이옥의 이야기를 담았다.
연암 박지원은 정조가 문체가 나빠진 원흉으로 그를 지목하면서 문체반정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연암은 끝까지 자기 주장과 목소리를 높였다. 이옥은 장원급제를 하고도 문장에 소설체가 섞였다 해서 꼴찌로 내처졌다. 그 뒤로 끝내 벼슬자리에 오르지 못했다.
이 책은 이옥을 새롭게 해석했다. 이옥은 결코 불우하지도 실패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임금과 시대를 뛰어넘는 당당함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저자는 문체는 시대와 함께 움직이며, 그 시대를 사는 사람과 함께 변한다고 주장한다. 정조의 문체반정이 실패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한승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