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가지 色 ‘백조의 호수’, 가을을 홀리다

입력 2012-10-18 18:14


‘백조의 호수’는 ‘호두까기 인형’ ‘잠자는 숲 속의 미녀’와 함께 고전 발레의 3대 걸작으로 불린다. 이 중 ‘백조의 호수’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발레로 꼽힌다. 올가을, 특색 있는 ‘백조의 호수’ 세 편이 무대에 오른다. 원조를 자랑하는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 이를 재해석한 국립발레단, 한국무용과 접목시킨 서울시무용단의 작품이 그것이다.

원조의 품격 보여줄 마린스키 발레단

볼쇼이 발레단과 함께 러시아 발레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마린스키 발레단이 내한한다.

마린스키 극장 소속 오케스트라와 함께 오는 것은 8년 만이다. ‘백조의 호수’는 1877년 볼쇼이에서 처음으로 무대에 올렸지만 관객의 외면으로 역사에서 사라질 뻔했다.

차이콥스키의 음악은 좋은데 안무가 형편없다는 평이었다. 그것을 1895년 마린스키 발레단이 안무를 재구성해 공연했고, 호평을 받았다.

현재 세계적으로 공연되는 ‘백조의 호수’는 마린스키에서 완성시킨 버전을 기본으로 한다. 팔과 상체의 움직임이 아름답고, 호숫가에서 펼쳐지는 군무장면이 독보적이다.

이번 공연에는 지난해 11월 동양인 최초로 이 발레단에 입단한 김기민 등이 주역으로 무대에 오른다. 김기민은 국립발레단 ‘백조의 호수’ 주역을 맡은 김기완의 동생이다.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11월 11∼13일. 5만∼27만원(1577-5266).

그리고로비치 버전의 국립발레단

현존하는 최고의 안무가로 불리는 러시아의 유리 그리고로비치(85) 버전의 ‘백조의 호수’다.

그리고로비치는 볼쇼이 발레단 예술감독 시절 마린스키 원작을 다듬었다. 가장 큰 차이는 단순한 악마에 불과했던 로트발트를 지그프리트 왕자의 무의식을 좌우하는 천재적인 존재로 묘사한 점이다. ‘백조의 호수’를 심리 묘사에 충실한 낭만 소설의 경지로 올려놓았다는 평이다. 백조 오데트와 흑조 오딜 1인 2역으로 김지영 이은원, 지그프리트 왕자로 이동훈 김기완이 연기한다. 경기도 성남아트센터 19∼20일. 3만∼10만원(1544-8117). 12월에는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무대에도 오른다.

한국적으로 재해석한 서울시무용단

임이조 전 서울시무용단장의 대표작으로 2010년 초연된 후 세 번째 공연이다. 작품성을 인정받아 지난해 중국 상하이국제아트페스티벌 공식 초청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무대는 고대 한반도 북부 만주. 백조와 흑조가 1인 2역인 다른 작품과는 달리 순백의 백조와 치명적 악녀 흑조를 나눠 철저히 서로의 배역에 충실하도록 했다.

또 발레 동작을 친위대가 충성을 맹세하는 검무, 두 손에 꽃을 들고 추는 꽃춤, 한삼무, 부채춤 등으로 표현했다. 차이콥스키의 음악에 사물놀이 해금 대금 아쟁 등 국악기의 조합을 더한 것도 새롭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25∼26일. 2만∼7만원(02-399-1114).

한승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