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용현 (13·끝) 소금 같은 기업으로 광야에 길, 사막에 강을!
입력 2012-10-18 18:11
돌이켜보면 내 인생은 구약에 나오는 요나의 삶과도 같은 것이었다. 요나는 니느웨로 가서 그곳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진노가 크니 회개하라”고 전할 것을 명령받았다. 하지만 요나는 니느웨 사람들을 두려워해 하나님의 명령을 거역하고 배를 타고 도망갔다.
나도 가출해 상경한 뒤 고물상으로 성공하겠다며 강원도 양구로 향했다가 엉뚱하게 묵호로 빠졌다. 고물상을 하겠다는 분명한 비전을 갖고 있었음에도 묵호에서 오징어잡이 배를 탄 이유는 간단하다. 짧은 시간에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유혹 때문이었다.
지금도 내 주변에는 자신이 가진 재능을 외면하고 돈벌이에만 급급해 무작정 사업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많다. 시작은 그럴싸해 보일지라도 끝에는 패망이 기다리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나 역시 오징어잡이 배를 타서 번 돈을 도박으로 탕진하는 바람에 빈털터리로 묵호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여호와께서 큰바람을 바다 위에 내리시매 바다 가운데에 큰 폭풍이 일어나 배가 거의 깨지게 된지라. 사공이 두려워하여 각각 자기의 신을 부르고 또 배를 가볍게 하려고 그 가운데 물건들을 바다에 던지니라. 그러나 요나는 배 밑층에 내려가서 누워 깊이 잠이 든지라. 선장이 그에게 가서 이르되 자는 자여 어찌함이냐. 일어나서 네 하나님께 구하라 혹시 하나님이 우리를 생각하사 망하지 아니하게 하시리라 하니라.”(욘 1:4∼6)
요나는 문제의 원인이 자신에게 있음을 알았다. 하지만 나는 한동안 인생의 목적을 찾지 못해 방황했다. 물고기 뱃속에 갇힌 요나를 건져주신 주님은 또다시 요나에게 말씀하셨다.
“일어나 저 큰 성읍 니느웨로 가서 내가 네게 명한 바를 그들에게 선포하라.”
하나님께서는 양구에서 고물상으로 성공한 내게 ‘선교를 돕는 사업가의 큰 꿈’을 보여주셨다. 나는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서울로 왔지만 또다시 물질의 향락에 빠져 주님께서 가리키신 방향을 놓치고 말았다. 요나처럼 또 한번 실패한 것이다.
니느웨 사람들은 요나의 경고를 듣고 회개해 하나님의 심판을 면했다. 하지만 요나는 강퍅한 니느웨 사람들에게 자꾸만 기회를 주시는 하나님이 못마땅했다. 그래서 “사는 것보다 죽는 게 낫다”며 자기 목숨을 가져가 주실 것을 간구했다.
나도 사업을 하다 부도를 맛보고선 좌절하며 하나님을 원망한 적이 있다. 그러나 주님은 그런 나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시고 얼마나 나를 사랑하는지 보여주셨다. 세상에 실패하지 않는 사업가는 없다. 좌절하지 않고 끝까지 도전하는 자세와 함께 실패를 통해 어떤 교훈을 얻느냐가 중요하다. 나는 사업을 하는 목적 자체가 이 땅의 소금과 같은 기업을 만들어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데 있었기에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하나님을 믿고 신앙생활을 한 지 벌써 4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어려운 여건 속에서 목마른 영혼들에게 생명을 전하는 선교 일꾼으로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다. 이를 기쁘게 받아주신 주님은 북방 선교와 땅끝 선교를 보다 체계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선교회라는 새로운 신앙의 터전을 마련해주셨다. 제한된 지역에 복음을 전하던 것에서 선교회를 통해 광야에 길을, 사막에 강을 내도록 계획을 세우신 것이다. 이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거대한 선교 프로젝트의 시작이다.
“너희는 이전 일을 기억하지 말며 옛날 일을 생각하지 말라. 보라 내가 새 일을 행하리니 이제 나타낼 것이라. 너희가 그것을 알지 못하겠느냐. 반드시 내가 광야에 길을 사막에 강을 내리니.”(사 43:18∼19)
정리=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