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희망을 나누는 금융] “글로벌 금융기업 걸맞게”… 봉사도 해외로 확산
입력 2012-10-18 21:50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은 1953년 미국의 재봉틀 제조업체 AP스미스로부터 시작됐다. 당시 주주(stockholder) 자본주의가 힘을 얻고 있던 미국에서는 기업의 이윤과 관련이 없는 자선활동을 못하게 했다. AP스미스의 행동은 주주의 이익침해 소송으로 번졌다. 하지만 뉴저지 주 대법원이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 주주이익을 침해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리면서 상황은 역전됐다. 이 때부터 기업들은 사회공헌에 눈을 떴다.
우리나라에서는 외환위기로 극심한 격변을 겪은 뒤인 2000년대 들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무’가 확산됐다. 초창기 주로 복지사업 후원금 지원, 기부금·장학금 전달에 그치던 사회공헌 활동은 기업의 임직원이 직접 땀을 흘리는 자원봉사가 활기를 띠면서 한 차원 높아졌다.
최근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은 국내를 벗어나 해외로 시야를 넓히고 있다.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면서 차츰 사회공헌 활동도 대상이 확대되는 것이다. 분야도 다양해지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사회공헌 백서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사회공헌비용 지출 분야별 비중은 사회복지가 43.8%로 가장 높다. 이어 문화예술 및 체육(14.7%), 의료보건(11.8%)이 뒤를 이었다. 과거에는 비중이 낮았던 국제구호 활동, 환경보전, 농촌지원활동 등에도 기업들이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또 사회공헌비 지출 규모가 선진국 못지않다. 전경련 조사결과 2010년 기준으로 국내 기업이 지출한 사회공헌 비용은 2조8735억원으로 2009년 대비 8.4% 증가했다. 매출액 대비 사회공헌 지출액 비중은 우리나라가 0.24%로 미국(0.11%), 일본(0.09%)을 앞질렀다. 그야말로 기업들이 사회공헌 활동을 마지못해 지불하는 비용으로 보지 않고 투자로 보는 것이다. 사회공헌 활동으로 기업 이미지를 개선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시장까지 열고 있는 셈이다. 특히 고객이 곧바로 기업의 재산인 금융회사에게 사회공헌 활동은 가장 중요한 영업활동이다.
세계경제가 주주 자본주의에서 이해관계자(stakeholder) 자본주의로 옮겨가고 있어 사회공헌 활동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기업 임직원과 협력업체는 물론 소비자·지역사회·시민단체 등 모든 사회 주체가 이해관계자가 되고, 이들에게 이익을 주는 기업이 살아남기 때문이다.
국내 금융회사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따뜻한 금융’, ‘비 올 때 우산이 되어주는 금융’을 내세우며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본업인 금융과 연결되는 경제금융교육부터 각종 자원봉사, 농촌지원, 문화재 지킴이 활동, 재난구호 활동 등 손대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다. 무대도 국내에 머물지 않는다. 몽골에서 나무심기를 하는가 하면, 베트남·필리핀 등 저개발국가를 찾아 아낌없이 사랑을 나누고 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