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 개성공단 입주기업 세금폭탄 철회해야
입력 2012-10-18 18:34
국제법과 룰에 반하는 조치 강행하면 상생 이룰 수 없어
개성공단은 남북이 상생하기 위해 만든 공업지구다. 남측의 풍부한 자본과 고도의 기술력, 북측의 저렴한 토지와 인력의 결합으로 탄생했다. 금융은 서울, 물류는 인천, 제조는 개성에서 이뤄지는 역할 분담이 가능한 곳이다.
지난 7월 말 현재 123개 업체가 입주했고, 17억8071만 달러 상당의 상품을 생산할 정도로 성장을 거듭해 왔다. 2005년 12월 6013명에 불과하던 북측 근로자가 5만1961명에 달하고, 77만여명이 개성공단을 찾았다. 앞으로 경의선 철도가 개통되면 중국횡단철도(TCR),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이용해 중국 러시아 유럽까지 육로로 물류를 수송할 수 있는 후보지이기도 하다.
개성공단은 그동안 남북 간에 대결 국면이 조성됐을 때에도 공장의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멈추지 않았다.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 피살, 임진강 무단방류로 인한 민간인 살상,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으로 이어지는 북한의 무력도발에 대응해 이명박 정부가 금강산 관광과 남북 교류사업을 중단 또는 동결시켰을 때에도 개성공단은 예외였다. 북한 근로자들에게는 개성공단 입주기업이 ‘꿈의 직장’으로 인식될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개성공단이 암초와 복병을 만났다. 북측이 입주기업에 일방적으로 세금 폭탄을 부과했고, 퇴직금 폭탄까지 안기려 하기 때문이다. 북한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은 지난 8월 입주기업이 회계 조작을 할 경우 조작액의 200배를 벌금으로 물리고, 소급과세 금지 폐지와 자료제출 확대 등을 담은 ‘세금규정 시행세칙’을 개성공단관리위원회에 통보했다. 이 세칙에 따라 북측은 입주기업 10∼20곳에 납득할 수 없는 세금을 물렸다. 의류업체 A사에는 10만 달러의 세금을 내라고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측은 원부자재 구매 증빙 서류, 원가분석 자료 등 서류 제출을 요구했으며, 세금과 관련 서류를 내지 않으면 물품 반·출입이나 공단 출입을 제한하겠다고 압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진해서 퇴사하는 북측 근로자들은 자신들을 대변하는 직장장을 통해 퇴직금까지 요구하고 있다.
북측 조치는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 소급과세를 강행하겠다는 것은 시행세칙의 상위법인 ‘남북 투자보장 합의서’와 국제법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또 일방적인 세금 부과는 기업의 경영 악화를 초래하고, 자료제출 요구는 경영권 침해 소지가 다분하다. 북한은 상식과 상생의 정신에 위배되는 조치들을 당장 거둬들여야 한다.
룰을 존중하지 않고 제멋대로 과세할 경우 북한에 투자할 기업이 있겠는가. ‘기업 사정으로 1년 이상 일한 종업원을 내보내는 경우에 퇴직보조금을 준다’고 개성공업지구 노동규정에 명시된 만큼 북측 자발적 퇴사자의 퇴직금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 북한은 입주기업들이 울며 겨자 먹는 심정으로 경영 활동을 하게 해서는 안 된다. 이를 방치한다면 개성공단 확장, 제2 개성공단 조성, 투자 유치에 심대한 걸림돌로 작용할 게 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