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디자인으로 ‘걷고 싶은 길’ 대변신… 범죄 사전 차단 효과 클 듯

입력 2012-10-17 22:25


저물면 주민들이 대문 밖 출입을 꺼려하던 서울 염리동 주택가가 ‘걷고 싶은 길’로 변신했다.

서울시는 염리동과 가양동 공진중학교를 ‘범죄예방 디자인프로젝트’ 시범사업지로 선정하고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고 17일 밝혔다.

염리동 일대는 경찰청이 지정한 서민보호 치안강화구역 161곳 중 대책이 시급하다고 판단된 4곳 중 하나다. 이곳은 과거 마포나루를 거점으로 하는 소금창고의 중심지였다. 하지만 10여년 전부터 개발이 계속 미뤄지면서 점차 고립됐다. 골목길이 좁고 험한데다 CCTV 사각지대가 많아 주민들은 어두워지면 슈퍼마켓에조차 가지 않을 정도였다.

범죄예방 디자인프로젝트는 이처럼 안전 문제에 무방비로 노출된 지역에 디자인을 입혀 범죄를 예방하는 사업이다. 디자인을 통해 범죄심리를 위축시켜 범죄 발생을 사전 차단하는 것이다. 이미 유럽 등지에선 관련 연구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

시는 우선 염리동 골목길 1.7㎞ 구간에 ‘소금길’을 조성했다. 걸어서 총 40분이 걸리는 A·B 코스로 이뤄진다. 주민들을 대상으로 파악한 안전 사각지대들을 연결한 것이다. 여기에 전문 트레이너가 직접 걸으며 설계한 맞춤형 운동코스를 더했다.

소금길 전봇대 69개엔 일일이 번호를 붙여 위험에 처한 주민이 쉽게 위치를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소금길 구간 6가구를 ‘소금 지킴이집’으로 선정, 대문을 노랗게 칠하고 입구에 비상벨을 달아 언제든지 도움을 청할 수 있도록 했다.

소외계층 비율이 높은 가양동 공진중학교도 산뜻하게 바뀌었다. 박광수 작가, 일러스트레이터 밥장 등 전문가들의 재능기부로 학교내 버려진 공간에 그림들이 채워졌다. 페인트칠이 벗겨져 흉했던 벽엔 인공암벽을 설치해 학생들이 스트레스를 풀 수 있도록 꾸몄다. 학생들이 자유롭게 공연할 수 있는 ‘꿈의 무대’도 만들었다.

시는 내년까지 시범사업지를 4~5곳 추가 지정한 뒤 범죄예방 디자인을 본격 연구할 계획이다. 박원순 시장은 “시민들이 정서적으로 편안하게 안정을 취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면서 “범죄로 인한 사회적 비용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