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서 한국 古書 대량 발견… 모리스 쿠랑이 수집 254책

입력 2012-10-17 19:51

프랑스 동양학자 모리스 쿠랑(1865∼1935)이 수집한 한국 고서가 대량 발견됐다.

국립중앙도서관(관장 심장섭)은 해외 한국 고서 디지털화 사업의 일환으로 프랑스 파리 소재 콜레주 드 프랑스 소장품인 한국 고서를 조사하던 중 한국 서지학을 연구·정립한 쿠랑이 수집했던 한국책 254책을 확인했다고 17일 밝혔다. 콜레주 드 프랑스는 1530년 국왕 프랑수아 1세가 설립한 인문학·기초과학 분야 국립고등교육 및 연구기관이다.

쿠랑이 쓴 ‘한국서지(Bibliographie Coreenne)’는 한국학이라는 용어조차 없던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한국 고서에 대해 작성한 것으로, 한국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필수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쿠랑은 이 책 서문에 “서울의 책방을 모두 뒤지고 장서를 살펴 가장 흥미 있을 것 같은 책들을 사들였다”고 적었으나 콜레주 드 프랑스에 2∼3종이 있다는 것 외에는 알려진 바가 없었다.

이번에 발견된 한국 고서 가운데 조선후기 필사본 고지도인 ‘천하제국도(天下諸國圖)’에 수록된 지도 ‘임진목호정계시소모(壬辰穆胡定界時所模)’는 1712년(숙종 38년) 조선과 청나라가 백두산 주변을 조사한 후 정계비를 세운 여정을 그린 것으로 희귀본이다. 강원도 지도에는 울릉도 남쪽에 우산도(于山島·독도)가 그려져 향후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도서관 측은 설명했다.

현재 콜레주 드 프랑스 소장 한국 고서는 쿠랑 수집본을 포함해 모두 53종 421책이다. 쿠랑은 파리대학 법대와 동양어학교에서 고등교육학위를 받고 중국 베이징의 프랑스공사관 통역관 실습생으로 파견됐다가 1890년 통역서기관으로 서울에 왔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