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백혈병 피해자 가족과 대화할 것”… 産災 둘러싼 6년 공방 실마리 찾나

입력 2012-10-17 22:29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분명히 있습니다.”

삼성그룹 고위관계자는 17일 삼성 사장단회의 브리핑에서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 등에 걸린 피해자들과 고통을 나누기 위해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피해자 가족들과 대화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도 “오래전부터 대화를 시도했었다. 진행 중인 소송과 상관없이 가족들과 대화를 나눠보자는 것”이라며 “지난 8월 소송 대리인인 법무법인 화우 측과 얘기를 잘했고 현재 피해자 측의 연락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노동자들의 산업재해 문제가 공론화된 것은 2007년부터다. 삼성반도체 노동자였던 황유미씨가 백혈병으로 사망하면서 ‘반도체 노동자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의 전신인 백혈병 진상규명대책위원회가 발족됐다. 황씨 아버지인 황상기씨 등은 그해 6월 처음으로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를 신청했지만 요건이 안 된다는 이유로 부결됐다.

결국 황씨 등 5명은 2010년 1월 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 소송을 냈고, 지난해 6월 황씨 등 2명은 승소했다. 나머지 3명은 패소했다. 공단은 즉각 항소에 나섰다.

지루한 싸움이 계속되자 삼성은 반도체 공장의 백혈병 피해자 가족들과 대화에 나서기로 했다. 다음 달 1일 행정소송 항소심의 최종 변론일을 앞두고 타협점을 모색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가 피해자와 만난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대선국면에서 쟁점화될 가능성을 미리 차단하는 의미도 있다.

삼성 측은 이번 대화 제의가 행정소송과는 별개라며 선을 긋고 있지만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시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피해자들과 대화가 성사되면 ‘퇴직 임직원 암 발병자 지원제도’를 기준으로 보상을 할 계획이다. 지난해 8월 마련한 이 제도는 반도체·액정표시장치(LCD) 사업장에서 일하던 임직원이 퇴직 후 3년 이내에 암에 걸리면 10년간 치료비를 지원해 주는 한편 암 치료 중 사망하면 위로금으로 1억원을 주는 내용이다.

또 행정소송에 보조참가인 자격으로 참여하는 것을 중단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피고인인 공단 측에 자료 제출을 하기 위해 보조참가인 자격으로 소송에 참여하고 있다”면서 “삼성은 언제든 보조참가인 참여를 중단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18일 근로복지공단 국정감사에 맞춰 최우수 삼성전자 부사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삼성전자 LCD 공장에서 6년간 일하고 뇌종양 수술을 받은 한혜경(35·여)씨 등도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