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따로 사는 가구 10년 만에 2배 늘었다

입력 2012-10-17 19:11

가족이 함께 사는 따뜻한 가정이 맞벌이와 자녀교육에 밀려나고 있다. 부부가 따로 사는 가구가 115만 가구에 이르러 10년 만에 두 배 가까운 급증세를 보였다. 7가구 중 1가구는 가족 가운데 누군가가 따로 떨어져 살고 있는 ‘기러기 가족’인 것으로 조사됐다.

통계청은 2010 인구주택 총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타지 거주 가족이 있는 가구의 현황 및 특성’을 분석해 17일 발표했다. 부부가 따로 사는 가구는 2000년 63만3000가구로 배우자 있는 가구의 5.9%에 그쳤지만 2005년 7.5%(83만5000가구)로 늘어난 뒤 2010년에는 10%(115만 가구)를 기록했다.

지역별로는 인천 옹진군(22.2%), 경북 울릉군(18.5%), 충남 당진군(15.7%) 순으로 부부가 따로 사는 가구의 비율이 높았다.

따로 사는 부부 1쌍은 대체적으로 2가구로 집계되기 때문에 57만5000쌍의 부부가 별거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계산되지만 배우자가 해외에 나가 있는 경우를 고려하면 별거 부부는 더욱 늘어난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김영철 연구위원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와 기러기 가족이 증가한 데다 이혼이 늘면서 이혼을 하기 전에 별거 상태인 부부가 증가해 따로 사는 부부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며 “맞벌이 부부 중 어느 한쪽이 근무지를 옮기면서 함께 사는 것을 포기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통계청은 기러기 가족의 급증에 대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고조된 미래 불안감, 경제적 불안정성에 대한 가족의 반응”이라며 “자녀의 미래를 위해 가족의 자원을 조기유학에 집중 투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계층 상승을 목표로 하는 도구적 가족주의가 여전하다는 것이다.

또한 가족 중 누군가가 다른 곳에 살고 있는 가구는 245만1000가구로 전체 가구의 14.1%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학업을 이유로 떨어져 사는 가구는 86만2000가구(35.2%), 직업 때문에 떨어져 사는 가구는 124만5000가구(50.7%)였다. 타지 거주 가족은 모두 341만4000명으로 집계됐고, 이 가운데 국외에 거주하는 가족은 44만3000명이었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