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무력화 시도… 문 닫으란 얘기” 전·현직 대검중수부장 ‘검찰 개혁’ 정면충돌
입력 2012-10-17 19:12
전·현직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이 검찰 개혁안을 둘러싸고 정면충돌했다. 대검 최재경 중수부장은 17일 대검찰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새누리당 안대희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의 검찰 개혁방안을 정면 반박했다. 최 중수부장은 “검찰의 특별수사 기능을 무력화, 형해화하려는 시도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 문 닫으란 것” 격앙=안 위원장이 최근 밝힌 검찰 개혁안의 골자는 대통령 친·인척 및 권력 실세들을 감찰하는 특별감찰관제를 도입하고, 이와 연계한 상설특검제를 도입하자는 내용이다. 조사권을 가진 특별감찰관이 권력 실세들을 고발하면 상설특검이 이를 수사하는 방안이다. 최 중수부장이 반발하는 것은 특별감찰관·상설특검이 결국 현 중수부의 기능을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최 중수부장은 ‘안대희 위원장 발언 관련 입장’이라는 제목의 자료를 통해 “특별감찰관제와 상설특검제가 연계될 경우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와 같이 ‘제2의 검찰’을 만드는 결과가 돼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낭비적·비합리적 제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중수부장은 “임명권자가 사람(특검)을 임명하면 현안이 문제될 때 관련 로비가 이뤄지는 등 여러 가지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며 “결국 이렇게 되면 ‘검찰 문 닫아라’ 이런 얘기다. 효과적으로 권력형 비리를 단죄할 수 있겠느냐”고도 했다.
안 위원장은 검찰의 반발을 ‘진통’으로 일축했다. 안 위원장은 “검찰에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검찰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올바른 방향으로 가기 위해 합리적인 방안을 찾는 과정이고, 그 과정 속의 진통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신의 검찰 개혁 구상을 굽힐 뜻이 별로 없다는 의미로 읽힌다.
◇검찰 개혁안에 ‘위기감’ 표출=현직 중수부장이 집권 여당 대선 후보 측의 확정되지 않은 개혁안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정치권의 검찰 개혁안에 대한 위기의식이 강하다는 방증이다. 대선을 두 달 앞둔 시점에서 유력 대선후보들은 앞다퉈 검찰 개혁안을 내놓고 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 모두 대검 중수부 폐지와 공수처 설치를 골자로 한 검찰 개혁안을 발표했다. 여기에 우군으로 여겼던 안 위원장마저 검찰 조직을 비판하자, 검찰이 공개적으로 반발하고 나선 형세다.
안 위원장이 “검찰은 차관급만 55명”이라고 비판하자 검찰 내부에선 “안대희가 그럴 수 있느냐”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중수부는 이날 발표를 위해 여러 차례 내부 회의를 거친 것으로 전해졌다. 최 중수부장은 “굉장히 쇼킹하다. 검찰에 오래 계셨던 존경하는 선배(안 위원장)의 발언이 보도돼 내부에서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사시 17회로 최 중수부장의 10년 선배다. 두 사람 모두 정통 특수부 검사로 통한다.
최 중수부장의 입장표명이 18일 대검 국정감사를 앞두고, 한상대 검찰총장에게 쏟아질 정치권의 비판을 분산시키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강주화 김나래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