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 열풍에 아버지 회사 ‘디아이’ 주가 급등락… 당국, 시세조종 여부 조사 나섰다
입력 2012-10-17 19:12
금융당국이 ‘싸이 테마주’를 조사하고 나섰다. 댄스곡 ‘강남스타일’로 가수 싸이(본명 박재상)가 국제적 인기를 끌면서 그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회사 주가가 급등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해당 종목을 비롯해 신종 테마주를 대상으로 시세 조종 및 불공정거래 여부 조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17일 “싸이 관련 종목에 이상이 있다”며 “주가 동향과 매매 형태를 철저히 살펴보는 중”이라고 밝혔다. 거래소 김도형 시장감시위원장은 “비정상적으로 급등락하는 종목을 늘 예의주시하고 불공정 거래 혐의 등이 엿보이면 조사에 착수한다”며 “어느 종목이라고 공개적으로 특정할 순 없지만 현재 이상 급등 현상을 보이는 모든 종목이 조사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싸이의 아버지가 회장인 반도체 검사장비 제조업체 디아이는 지난달 중순 2000원대였던 주가가 지난 15일 1만3100원으로 치솟았다. 한 달 만에 6배가 된 것이다. 특히 지난달 19일부터 16거래일간은 이틀을 빼고 매일 상한가를 찍었다.
전문가들은 디아이의 급등세를 비정상적 현상으로 본다. 싸이 열풍 말고는 회사 경영과 관련한 호재가 없기 때문이다. 실적 등이 받쳐주지 않는 주가 급등은 언제 폭락할지 모른다는 점에서 투자자 피해와 시장 혼란을 유발할 우려가 크다. 회사 경영 측면에서 싸이 열풍은 거품인 셈이다.
디아이 주가는 16일과 17일 연속 15%씩 떨어지며 하한가를 기록했다. 이렇게 되자 17일 싸이의 싸이월드 미니홈피에는 디아이 주가가 폭락하지 않도록 싸이가 도와달라는 글들이 올라오기도 했다. 도와주지 않으면 자살하겠다는 협박성 글도 있었다.
거래소는 이와 함께 신종 테마주로 떠오른 종목들도 주시하고 있다. 대선 관련 테마주의 경우 대선 후보와 인맥으로 연결되는 데 주목한 ‘인맥 종목’에서 각 후보들이 쏟아내는 정책과 관련된 ‘공약 종목’으로 바뀌는 상황이다.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철도·농업 관련 공약을 내놓은 지난 8일 이후 세명전기와 팜스토리의 주가는 16일까지 각각 16.63%, 41.82% 급등했다. 반면 안랩과 EG, 바른손 등은 최근 큰 폭으로 떨어졌다. 시장에서는 금융당국이 테마주 대책을 내놓자 작전세력 등이 단속을 피해 종목을 갈아타는 것으로 본다. 대성홀딩스와 대성합동지주 등 대성그룹 관련주도 지난 11일 창업주의 딸인 성주그룹 김성주 회장이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뒤 급등, 신종 테마주로 분류됐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