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수줍던 보육원 소녀가” 성지혜 MVP…체조 5관왕, 투표서 오진혁 눌러

입력 2012-10-18 00:33

‘보육원 소녀’ 출신 체조 유망주 성지혜(16·대구체고)가 제93회 대구체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여고 체조 5관왕에 오른 성지혜는 17일 폐막을 앞두고 가진 기자단투표에서 28표중 11표를 획득, 런던올림픽 남자 양궁 금메달리스트이자 대회 4관왕인 오진혁(현대제철·8표), 수영에서 3차례 한국신기록을 작성한 양정두(전남수영연맹·6표) 등을 제치고 MVP로 뽑혔다. 전국체전 MVP가 제정된 제61회(1980년) 대회 이후 여자 체조 선수가 선정된 것은 성지혜가 처음이다.

성지혜는 2세때부터 1살 위인 오빠와 함께 보육원(사회복지법인 재볕재단)에 들어와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다. 대구 태전초등학교 2년때 체조에 입문한 성지혜는 5년때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발탁될 만큼 체조에 자질을 보였다.

첫 출전한 대구 체전 여자고등부 기계체조 개인종합에서 54.650점을 얻어 정상에 올랐고, 대구체고의 단체종합 우승에도 이바지했다. 종목별 결승에서도 평균대를 제외한 마루(12.900점)와 도마(13.537점), 이단평행봉(13.900점)에서 금메달을 휩쓸며 대회 5관왕에 우뚝 섰다.

MVP로 선정된 뒤 가진 인터뷰에서 “당황스럽다”며 말을 꺼낸 성지혜는 ‘체조를 잘하면 부모님을 만날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라며 단호하게 말을 끊었다. 금메달 5개를 따내고도 담담한 표정의 성지혜는 “메달은 많이 땄지만 스스로 만족하지는 않는다”면서 자신을 채찍질하는 듯 했다. 성지혜는 10월 말 런던올림픽 도마 금메달리스트인 양학선(20·한체대)과 함께 스위스컵 초청대회에 나선다.

한편 경기도가 11년 연속 종합우승을 차지한 가운데 개최지인 대구시가 만년 2위 서울을 제치고 지난해 10위에서 2위로 도약했다. 내년도 체전은 2014년 아시안게임을 앞둔 인천시가 리허설대회로 개최한다.

대구=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