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軍 성폭행… 분노의 오키나와
입력 2012-10-17 19:02
미국 해군 2명이 일본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오키나와(沖繩)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고 현지 언론들이 17일 보도했다. 오키나와 경찰에 체포된 미 해군 수병 2명은 지난 16일 새벽 술에 취한 채 귀갓길의 여성을 차례로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고 여성의 목을 조른 흔적도 있다.
미군의 수직이착륙기 배치로 반감이 커져 있던 오키나와 주민들은 즉시 항의시위를 벌였다. 일부 시민단체는 일본 내 모든 미군기지를 즉시 폐쇄하라고 요구했다. 주민들은 “하늘에는 수직이착륙기가 날고, 땅에는 걸어다니는 흉기(미군 병사)가 있다”며 “우리는 어디로 다녀야 하느냐”고 분노를 쏟아냈다. 나카이마 히로카즈 오키나와현 지사도 “미국이 동맹국이라 할 수 있느냐”며 주민들을 대변했다.
노다 요시히코 총리는 17일 오전 관저 출입기자단에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지적하며 수습에 나섰다. 모리모토 사토시 방위상은 “(미군 병사의 범죄는) 악질적이고 비열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아주 중대하고 심각하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나카이마 지사도 존 루스 주일 미대사를 만나 “오키나와 현민은 미군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렸다”고 항의했다.
루스 대사는 “미국 정부가 사건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성명을 발표하고, 수사에 전면 협조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오키나와 현민의 분노를 이해한다”며 “일본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오키나와에서는 1995년 미군 병사의 12세 소녀 성폭행 사건 당시 미군이 범인의 신병인도를 거부해 주민들의 분노가 폭발했고, 이후 오키나와의 미군기지 이전 요구가 본격화됐다. 일본 정부는 이번 사건으로 오키나와에 있는 주일 미군 후텐마 기지의 오키나와 내 이전이 한층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