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디트 씨티그룹 CEO 전격사임… 성장전략·실적 둘러싼 이사진과 갈등 원인인듯
입력 2012-10-17 19:01
자산 기준 미국 3위의 대형 금융사 씨티그룹의 비크람 판디트 최고경영자(CEO)가 16일(현지시간) 전격 사임했다. 그의 오른팔이었던 존 해븐스 최고운영책임자(COO)도 물러났다. 예상치 못한 판디트의 사퇴로 씨티그룹과 뉴욕 월가 등은 큰 충격을 받았다.
판디트는 성명을 통해 “최근 몇 년간 씨티그룹이 발전했고, 지금이 다른 사람에게 경영을 넘길 수 있는 시기라고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씨티그룹은 즉각 그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발표했다. 마이클 오닐 씨티그룹 회장은 “그는 금융위기 이후 구조조정과 자본구성 재편을 통해 그룹 경영을 훌륭하게 수행했다”고 말했다. 후임에는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 책임자였던 마이클 코뱃이 임명됐다.
미 금융계는 충격에 빠졌다. 2007년 취임 이후 금융위기를 잘 극복했고 사퇴 전날인 15일 발표된 씨티그룹의 3분기 실적도 시장 예측을 뛰어넘은 상황이어서 그의 갑작스런 사퇴는 예상 밖이다.
판디트는 자신이 해고된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한번 결정하면 행동해야 한다. 나에게 레임덕은 없다”고 말했다.
FT는 씨티그룹 내부 인사의 말을 인용해 3분기 실적 발표일이던 15일 열린 이사회에서 판디트와 이사진 간 설전이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올 들어 판디트와 그룹 이사회는 잦은 갈등을 빚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씨티그룹이 지난 3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재무건전성 점검(스트레스테스트)을 통과하지 못한 데 이사회의 문제제기가 있었고, 다음 달 열린 주주총회에선 판디트의 연봉 인상을 주주들이 반대했다는 것이다. 판디트는 그러나 연봉 문제가 사퇴 배경이라는 주장에 대해 “나는 연봉 1달러를 받고 일하기도 했다”고 반박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판디트와 이사진 간에 전략과 실적을 놓고 심각한 갈등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남혁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