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난해진 브라질 가는 길… 왜 ‘캡틴 박’이 생각날까
입력 2012-10-17 19:05
몇 번이고 패배를 곱씹었을 것이다. 이란 원정 무승 징크스를 깨겠다고 큰소리쳤던 한국 축구대표팀의 최강희 감독. 그러나 징글징글한 징크스를 2무3패로 늘였을 뿐이다. 최 감독은 17일 새벽(한국시간) 이란 테헤란의 알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 A조 4차전 원정에서 수적인 우위에도 0대 1로 패한 뒤 “여러 가지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쓰라린 마음을 드러냈다. 11명 대 10명, 슈팅 수 14대 5. 수치로만 본다면 한국이 이길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골이 터지지 않아 답답했던 순간 많은 국민들은 박지성(31·퀸스파크레인저스)을 떠올리지 않았을까? 한국은 지난 2010년 남아공월드컵 최종 예선에서도 이란과 같은 조에 속했다. 두 차례 경기에서 모두 1대 1 무승부를 기록했는데, 박지성이 두 경기에서 모두 골을 넣어 한국을 패배에서 구했다. 박지성은 A매치에서 많은 골을 넣진 못했지만 결정적인 순간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번 이란전에선 박주영(27·셀타 비고)이 김신욱(24·울산 현대)과 함께 최전방 공격수로 나섰지만 끝내 골문을 열지 못했다. 열심히 뛰기만 했을 뿐 존재감이 없었다. 박주영은 3차 예선 5경기에서 6골을 터뜨렸지만 최종 예선에선 침묵만 지키고 있다.
반면 이란의 주장 자바드 네쿠남(32·에스테그랄)은 후반 9분 마수드 쇼자에이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한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해결사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후반 30분 세트피스 상황에서 이선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흘러나온 공을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골을 성공시킨 것. 한국 대표팀은 이란에 졌지만 해발고도 1200m가 넘는 고지대에다 10만명이 넘는 이란 관중들의 열광적인 응원에도 경기 내용은 괜찮았다. 특히 20대 초중반의 젊은 선수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그러나 최종 예선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역시 믿을 만한 해결사가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박주영을 대체할 수 있는 공격수는 이동국(33·전북 현대) 정도다. 최 감독은 체력 저하 등의 이유로 이동국을 이란 원정에서 제외했지만 애정은 여전하다. 브라질로 가는 길이 더 험난해진 만큼 최 감독은 ‘이동국 카드’를 다시 꺼내들 것으로 보인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