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비싼 이동통신 요금, 우리 때문이라고?

입력 2012-10-17 18:56

비싼 이동통신 요금을 두고 이동통신사와 제조업체 간 ‘네 탓’ 공방이 또다시 불거졌다.

논란은 지난 15일 KT 기자간담회 현장에서 나온 이석채 회장의 발언에서 비롯됐다.

당시 이 회장은 “통신요금이 비싸다는 얘기가 계속 나오는 것은 단말기 값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며 “제조사가 단말기 가격을 해외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는 수준으로 내놓으면 요금이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17일 통신업계와 제조업체들은 서로 상반된 주장을 폈다.

이통사들은 “지나치게 높은 단말기 출고가 때문에 통신요금이 올라간 것인데 이통사만 욕먹고 있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또 이통사들이 보조금을 많이 쓰는 것도 단말기 출고가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통사 관계자는 “단말기 제조업체들이 100만원에 육박하는 비싼 스마트폰만 내놓다 보니 가입자들은 단말기를 싸게 제공하는 이통사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면서 “결국 소비자를 잡기 위해 보조금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통사의 영업 실적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 2분기 이통 3사는 과도한 마케팅비 지출과 롱텀에볼루션(LTE) 시설 투자로 영업이익, 매출액 모두 하락했다.

이통사들의 주장에 제조업체들은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전 세계 어디에나 비슷한 가격에 단말기를 내놓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피처폰일 때 기본요금 1만원을 받다가 스마트폰으로 바뀌면서 이통사들은 2년 약정으로 최하 3만5000원의 요금을 받고 있다”면서 “2009년 80만원대 폰이 나왔을 땐 잠잠했던 이통사들이 비싼 요금과 보조금 경쟁으로 두드려 맞으면서 제조업체에 책임을 돌리는 것 아니냐”고 항변했다. 또 이 회장이 “삼성전자, LG전자 등 단말기 제조사들은 해외 출시 가격보다 국내 출시 가격을 높이는 대신 장려금을 지급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말한 데 대해서도 반론을 폈다.

출고가는 이통사와 협의를 하기 때문에 제조업체에 책임을 돌리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는 것이다. 출고가 마진에 이통사 보조금과 함께 제조사가 유통망에 제공하는 판매 장려금을 포함시키는데 이통사가 출고가를 낮추려고 굳이 장려금을 줄일 리 없다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3월 “이통 3사는 단말기 출고가를 공급가보다 높게 책정한 뒤 그 차액을 보조금인 것처럼 지급했고 제조 3사(삼성·LG·팬택)도 통신사에 높은 출고가를 제안했다”며 6개 업체에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