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왜 이러나] 굴욕…전산대란 일으킨 IBM과… 피해액 최소 197억 불구 IBM과 115억 현물 합의
입력 2012-10-17 23:14
지난해 4월 발생한 농협 전산대란 사태와 관련, 농협이 원인 제공자인 IBM과 굴욕적인 피해 보상 협상을 체결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당시 집계된 농협의 피해액은 최소 197억원에 달했지만 최종 보상액은 115억원 상당에 그쳤다.
17일 새누리당 윤명희 의원실이 농협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농협은 전산대란 사태의 보상 문제를 놓고 IBM과 협상을 벌여 지난 6월 최종 합의했다.
전산대란 사태 당시 농협은 전체 서버 587개 가운데 275개가 훼손되면서 사업 손실액 126억원, 피해 고객 보상금 71억원 등 약 197억원가량의 손실을 입었다. 농협의 기업가치 하락 부분까지 고려하면 피해액은 이보다 훨씬 크다.
그러나 농협이 IBM과의 협상을 통해 받은 보상액은 115억원 상당에 불과했다. IBM은 농협 시스템의 기능을 향상시켜주거나 시스템 유지보수 기간을 늘리는 등 58억원 상당의 인적서비스를 확대해 주기로 했다. 또 서버 가상화 시스템 등 57억원 상당의 제품을 보상해 주기로 했다.
이에 따라 농협이 불필요하게 IBM의 눈치를 본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윤 의원 측은 “소송을 벌일 경우 농협 운영 전산기기 중 절반이 넘는 300여대를 관리하는 IBM과의 관계 악화를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며 “최악의 경우 IBM과 유지보수 계약이 해지되는 등의 파장을 우려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 측은 이어 “사회적 파장이 컸고 귀책사유도 분명한 사건인데 농협이 기업가치 손상에 따른 피해액을 협상에서 고려하지도 않은 것은 유감”이라고 말했다.
농협 관계자는 “법률 자문을 받은 결과 소송을 하면 115억원에도 훨씬 못 미치는 보상을 받을 것이란 답변을 들었다”며 “소송보다는 협상을 통해 보상을 이끌어내는 게 고객 서비스의 연속성 측면에서 나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지난해 4월 전산망을 관리해 온 IBM 직원의 노트북을 통해 농협 전산망이 해킹됐고, 검찰은 이 사건을 북한이 관여한 사이버테러로 규정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