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도가 20여명에 불과한 작은 교회의 목회자 부부가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빈민가에서 매일 2000여명의 노숙인에게 식사를 제공하며 ‘오병이어’의 기적을 써내려가고 있다.
재미교포 지미 리(47) 목사가 이끄는 의의나무사역(Oaks of Righteousness Ministry)은 지난해 11월 LA의 슬럼가인 ‘스키드로(Skid Row)’에서 노숙인 사역을 시작했다. 음식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마음을 전하고 노숙인의 삶에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시작된 이 프로젝트의 이름은 ‘오병이어’다. LA의 도심에 위치한 스키드로는 마약범과 노숙인이 모여드는 대표적 슬럼가다.
리 목사는 지난해 말 교인들과 함께 LA의 영적 부흥을 위해 기도하고 묵상하던 중 ‘도시의 가장 어두운 곳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얻고 스키드로에 주목했다. 리 목사는 수중의 1만3000달러(약 1400여만원)를 모두 투자해 트럭을 한 대 구입한 뒤 11월 25일 교인 10여명과 함께 5000인분의 핫도그를 준비해 스키드로 지역으로 나갔다. ‘LA 오병이어’의 첫걸음이었다.
첫날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준비한 음식은 모두 소진됐고, 노숙인 중 일부는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찬양 소리에 춤을 췄다. 사역팀은 일주일 뒤 7000인분의 핫도그를 준비해 스키드로로 나갔고 이후 사역은 1년간 이어지고 있다. 리 목사는 “두 번째 사역 후 힘에 부쳤지만 기쁨과 감격이 넘쳐 계속하고 있다”며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매일 음식을 제공하라는 감동을 주셨다”고 말했다.
오병이어 사역의 핵심은 간결한 복음증거다. 사역팀은 음식을 나눠주며 “와주셔서 감사합니다(Thanks for coming)” “예수님께서 내시는 식사입니다(Meals on Jesus)”라는 두 마디만 건넨다. 리 목사의 아내 제인 리(39) 사모는 “짧은 두 마디 인사에는 큰 힘이 있다”며 “교회의 문턱이 높아진 요즘, 교회에서도 거절당한 적 있는 사람들은 짧은 환영 인사에도 깊은 감동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들이 환영인사를 통해 마음을 열고, 식사를 통해 예수 그리스도에 대해 생각하며 복음을 영접하는 모습을 보면 하나님이 아니면 하실 수 없는 일이라는 사실을 매일 느끼게 된다”고 전했다.
작은 교회가 시작한 사역이기에 재정과 인력은 늘 부족하다. 그래도 사역은 계속 확대되고 있다. 현재 오병이어 사역은 세 갈래로 나뉘어 진행된다. ‘오병이어 레스토랑’에서는 매일 오전 11시부터 4시까지 2000여명의 노숙인과 현지 주민에게 음식을 제공한다. 음식물을 보관하는 ‘아버지 창고’에서는 노숙인들에게 주소지를 제공해 우편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 매주 대형마트에서 식품을 기부 받아 3000여 저소득층 가구에 나눠준다.
리 목사는 “자원봉사자 대부분이 이 사역의 수혜자인 스키드로 사람들”이라며 “이들이 복음을 통해 받은 사랑을 다른 누군가에게 전해주는 모습은 정말 아름답고 귀하다”고 말했다. 리 사모는 “오병이어의 기적이 다른 도시, 다른 나라에서도 일어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소망한다”고 말했다(문의 5breadsand2fish@gmail.com).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
LA 노숙인들 감동시킨 ‘오병이어’ 밥퍼… 재미교포 지미 리 목사 매일 2000여명에 봉사
입력 2012-10-17 1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