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종교개혁은 여성과 함께, 여성에 의해”… 한국교회여성연합회, 교회개혁을 위한 제언

입력 2012-10-17 18:34


오는 28일 495주년 종교개혁주일을 앞두고 21세기 종교개혁은 ‘여성들과 함께 여성주의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움직임이 기독여성단체를 중심으로 일고 있다. 교회는 본질적으로 성평등 공동체(갈 3:28∼29)이며 교회를 개혁하는 힘은 교회 공동체를 이루는 모든 구성원의 조화로운 참여와 대안적 실천이기 때문이란 것이 배경이다.

한국교회여성연합회는 종교개혁주일을 앞두고 17일 ‘2012 한국교회의 개혁과 성숙을 위한 교회 여성 제안’이란 성명을 통해 “한국교회는 여성들의 주체적이고 책임 있는 참여를 보장하며 교회 내 젊은 여성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이에 따른 정책을 수립하라”고 주장했다.

연합회는 “여성 목회자 모성보호를 제도화하고 어린이 성폭행을 근절하기 위한 법 제정과 교육을 위해 한국교회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회는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하는 생명·정의·평등의 교회 공동체를 이루기 위해서는 이 같은 제안이 실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회는 무엇보다 여성들의 참여를 극도로 제한하는 한국교회의 높은 장벽을 우려했다.실제로 한국교회내의 여성의 지위와 인권은 매우 열악하다. 지난달 끝난 주요 교단의 총회 결과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의 경우 총대 1500명 중 여성 총대는 14명(목사 4명, 장로 10명)으로 숫자는 역대 최고를 기록했으나 비율은 0.9%에 불과했다. 기독교한국루터회는 74명 중 여성 총대가 2명으로 2.7%였고 그나마 여성에게 비교적 개방적이라는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도 734명의 총대 중 여성은 7.8%(57명)에 그쳤다. 이달 말 총회를 앞두고 있는 기독교대한감리회 역시 총대 1392명 중 여성은 4.96%(69명)에 불과하다.

연합회 최소영 총무는 “한때 한국교회의 70∼80%에 달했던 여성들이 현재 60% 내외로 줄었으며 특히 교회를 떠나는 젊은 여성들의 비율은 전체 평균보다 4배 이상 높다”며 “교회의 젊고 능력있는 여성들은 여성 리더를 세우지 않은 채 여성을 차별하고 배제하는 한국교회 상황과 남성 중심적·장로 중심적 의사결정 과정을 시급히 개선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연합회는 또 여성의 임신과 출산은 하나님의 지속적인 창조에 동참하는 귀한 과정인 만큼 교회가 하나님의 사역에 동참하기 위해서는 먼저 여성 목회자를 위한 모성보호 정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모든 여성 목회자의 임신과 출산을 위한 휴직이 제도화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부 교단에서는 임신 중인 여성 목회자의 건강검진 서류 제출 시 방사선 사진을 다른 자료로 대체하게 해 달라는 요청을 거부한 사례가 있으며 수련 목회자나 부목회자가 임신하면 사임을 종용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 연합회의 설명이다. 연합회 한 관계자는 “종교개혁 주간에 즈음해 지속적인 종교 개혁에 따른 ‘필요’와 ‘희망’을 동시에 본다”면서 “여성들이 그 과정에서 교회 공동체의 한 축임을 당당히 자각하고 교회도 이를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교회여성연합회는 예장 통합, 기장, 감리교, 성공회, 복음교회, 루터회 등 8개 교단이 가입된 한국교회의 대표적인 여성연합체 중 하나다.

최영경 기자 yk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