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세금으로 ‘고사상’ 차리는 공공기관… 각종 공사때 무사고·무재해 비는 ‘안전기원제’ 행사
입력 2012-10-17 22:07
‘안전기원제’는 보통 공사 현장에서 열린다. 안전제례(강신), 공사추진 및 품질안전보고, 무재해 구호제창, 폐회 순으로 진행하는 일종의 제사다. 특히 제례 중 강신 순서는 향불을 점화하고 빈 잔을 상위에 올리는 등 귀신을 부르는 의식이다. 참석자들은 축문을 낭독하는 동안 무릎을 꿇고 엎드리는 등 정성을 다한다.
한국석유공사는 안전기원제를 이달 초 신사옥 건립공사를 시작하며 열었다. 참석자들은 안전기원 구호를 외치고 무사고·무재해를 염원했다. 전북경찰청 서해안고속도로순찰대도 지난 6월 고속도로 무사고 안전기원제를 지냈다. 무사고 안전기원제는 올 들어 고속도로 사고가 증가해 ‘교통사고 사망자의 넋을 위로한다’는 명목이었다. 광진소방서도 최근 직원 간 단결·화합·소통을 통한 안전관리 체계 정착과 안전사고 제로(ZERO)를 추진하기 위해 안전기원제 행사를 가졌다.
이처럼 안전기원제(또는 안전결의대회)가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에서 성행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공적 기관의 안전기원제가 국민이 낸 세금으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술과 다과를 준비하는 고사(告祀) 비용이 만만치 않다. 상사의 강요에 떠밀려 돼지머리에 돈을 꽂는 부하 직원들도 있다.
따라서 이런 의식이 무속행위 또는 샤머니즘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고사상에 떡과 과일, 돼지머리, 음료 등을 차려놓고 절을 하는 것이 당연한 순서로 이해되기 때문이다. 최근엔 이런 제례의식이 문화사업이나 관광사업으로 연결돼 생각 없이 지내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교회건강연구원은 17일 이와 관련 “국민의 혈세로 도대체 무슨 짓을 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과거 원시시대에나 있을 수 있는 무속행위를 하는 공무원은 퇴출 대상”이라고 논평했다.
서재생 서울대현교회 목사는 “이런 형태의 고사의식이 아직 이 사회에 적지 않다”며 “한국교회는 이제 교회 부흥이나 제자훈련도 중요하지만 이에 앞서 우리의 옛 문화 속에 흐르고 있는 무속문화를 성경적인 진리로 풀어나가는 데 더욱 힘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사진=연합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