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文·安 대선 전쟁] 朴 “준비된 후보” 安 “햇볕 계승자” 文 “DJ는 내 반쪽”

입력 2012-10-17 21:45


‘무주공산’(無主空山·임자가 없는 산)을 차지하라.’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대통령 후보가 ‘호남 전쟁’에 돌입했다. 12월 19일 치러지는 18대 대통령 선거에는 호남 출신 유력 후보가 없다. 박 후보는 대구, 문 후보와 안 후보는 각각 경남 거제와 부산이 고향이다. 박 후보는 불모지 호남에서 두 자릿수 지지율을 기대하고 있다. ‘호남의 아들’과 ‘호남의 사위’를 자처한 문, 안 후보에게 이 지역 민심은 후보단일화의 결정적 변수다. 세 후보가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을 두고 뜨거운 구애(求愛)에 들어간 이유가 여기에 있다. 17일 박, 안 후보는 ‘김대중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 나란히 참석했고, 문 후보는 “DJ는 나의 반쪽”이라는 영상메시지를 보냈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대통령 후보가 17일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업적을 기렸다. 두 후보는 국회에서 열린 ‘김대중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대한민국의 미래 토론회’에 참석해 한목소리로 화해와 통합을 강조했지만 서로에게는 강력한 견제구를 날렸다.

◇朴, “준비된 지도자”=박 후보는 “제가 한나라당 대표였던 시절 김 전 대통령은 ‘동서화합이 중요하고 여기서 실패하면 다른 것도 성공하지 못한다. 내가 못한 것을 박 대표가 해 달라’고 했는데 이제는 제가 그 말에 보답해야 할 때”라며 2004년 김 전 대통령을 만났던 일화로 축사를 시작했다. 이어 “그 길은 동서가 화합하고 민주화와 산업화 세력이 화합하고 지역간 갈등과 반목을 없애는 것”이라며 “국민대통합으로 아픔을 치유하고 미래로 나아갈 때 우리가 꿈꾸는 행복한 나라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후보는 평생 아버지(박정희 전 대통령)의 반대편에 섰던 김 전 대통령을 ‘국민통합으로 IMF 외환위기를 극복한 지도자’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도 국내외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민이 기다리는 지도자는 위기를 이겨낼 수 있는 사람, 경험과 식견의 국정운영 능력을 갖춘 사람”이라며 “김 전 대통령처럼 저도 국민대통합으로 위기를 극복하겠다”고 밝혔다. ‘국정운영 경험부족’이 약점으로 꼽히는 안 후보를 겨냥한 발언이다.

박 후보는 김 전 대통령 비서실장 출신인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회 수석부위원장과 토론회장을 찾았다. 또 김기석 전국호남향우회 총연합회 상임고문을 이날 선대위 직능총괄본부 상임본부장에 임명했다.

◇安, “저들과 똑같아지지 않겠다”=박 후보에 이어 단상에 오른 안 후보는 “1997년 (대선에서) 국민이 김 전 대통령을 선택했던 이유는 바로 변화였다. 새로운 변화가 2012년에도 재현되길 바란다”며 기성 정치권에 대한 실망으로 나타난 ‘안철수 현상’을 부각시켰다. 그는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는 다시 낡은 체제에 발목이 잡혀있다”며 “김 전 대통령께서 남기신 꿈을 이제 저희가 실천할 때다. 제가 앞장서겠다. 햇볕정책의 성과를 계승해 더 발전시키고 정권교체와 정치혁신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에 대해선 ‘용서의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안 후보는 강한 어조로 “기득권의 벽은 두껍고 네거티브의 벽은 높다”며 “‘안철수도 새롭지 않다, 가짜다’라는 인식을 심어주려는 흑색선전이 계속되고 있다”고 새누리당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러면서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굴하지 않겠다. 역사와 국민만 바라보며 당당하고 의연하게 대처하겠다”며 “받은 만큼 갚아준다는 식으로 저들과 똑같아지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 후보는 지난 3일 첫 전국 순회 방문지로 호남을 택할 정도로 이 지역 민심에 각별한 공을 들이고 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