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 공방] 대선 후보 증세방안 비교… 박근혜, 증세 쪽으로 무게 이동
입력 2012-10-17 22:05
대선 후보들 사이에 증세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대선 후보들은 복지 확대를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재원 마련을 위한 증세 문제는 국민 반발을 의식해 애써 미뤄왔다. 하지만 복지 확대와 재정건전성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증세가 불가피하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모두 복지재정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증세에 방점을 두고 있다. 따라서 차기 정부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증세 방안이 확정될 전망이다.
◇박근혜, 증세 쪽으로 중심 이동=박 후보는 그동안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을 부과하는 쪽으로 생각해야지 증세부터 들고 나오는 것은 맞지 않다”면서 증세론에 부정적 입장이었다. 하지만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16일 “조세부담률을 과거 수준인 21%까지 높여야 한다”면서 구체적으로 부가가치세 인상 문제까지도 언급했다.
김 위원장이 곧바로 17일 “새로운 복지 수요가 더 늘어난다든지 이럴 때 세제 개편을 얘기한 것이지 당장 증세를 얘기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지만 박 후보 측 입장이 자연스럽게 증세 쪽으로 기우는 모습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은 19.8%로 21%까지 높이면 30조원 가까운 재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부가세는 대표적인 간접세로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대상이 넓고, 징세비용이 적다는 측면에서 안정적인 세수 확보 방안이라는 지적이 많다.
하지만 모든 국민이 소득에 상관없이 같은 비율로 부담한다는 측면에서 저소득층에 불리하고 물가 상승 부작용도 우려돼 반발이 거세질 수 있다. 기획재정부 세제실 관계자는 “부가세 인상은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증세가 불가피하다면 부가가치세 인상보다는 소득세제를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고소득자·대기업 겨냥한 부자 증세=문 후보 측도 증세 논의에 가세했다. 이정우 경제민주화위원장은 17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정부 지출 구조개편, 조세 감면 축소만 갖고는 복지 재원이 안 나온다”면서 “모든 대선 후보들이 솔직하게 증세하겠다고 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 후보 측은 이미 대기업과 고소득자를 겨냥한 ‘부자 증세’를 공식화했다. 우선 소득세 구간 조정을 통해 연 소득 ‘3억원 초과’인 최고구간을 1억5000만원으로 낮춰 더 많은 고소득자들에게 38%의 높은 세율을 적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렇게 될 경우 연간 1조2000억원가량 세금이 더 걷힐 것으로 보고 있다. 현 정부 들어 22%로 낮아진 법인세율도 25%로 인상한다는 방침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2010년 기준으로 법인세를 납부하는 기업 중 상위 1%가 전체 법인세의 80%를 부담하고 있다. 이 때문에 법인세율이 인상될 경우 부담은 대부분 대기업에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증세 불가피·보편적 증세=안 후보 측은 아직 증세 문제와 관련된 입장을 공식적으로 내놓지는 않았다. 다만 안 후보의 저서 ‘안철수의 생각’을 통해 가늠해 볼 수 있다. 안 후보는 복지 지출 확대를 위해서는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문 후보가 특정 계층을 대상으로 한 증세에 무게를 둔 것과 달리 안 후보는 ‘모든 계층에 대한 증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안 후보는 자신의 저서에서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복지지출이 약 8∼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0%의 절반도 안 된다. 조세부담률도 우리나라는 GDP의 20% 남짓”이라며 “복지지출을 위해 점진적으로 세금을 늘리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보편적 복지를 위해서는 국민 모두가 조금씩 세 부담을 더 져야 한다”면서 ‘보편적 증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다만 보편적 증세 방법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상태다.
법인세 인상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이다. 안 후보는 “법인세율 자체는 OECD 평균과 비슷한데 실효세율이 매우 낮다”면서 “단계적으로 접근해 실효세율을 높이는 노력을 우선 기울이고 그 다음에 구간 조정을 검토하는 게 어떨까 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전체 법인의 법인세 실효세율은 2007년 20.2%에서 지난해 16.5%로 3.7% 포인트 하락한 상태다. 법인세 실효세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비과세·감면 혜택의 대대적인 축소가 필요하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