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계절’의 가수 이용 “10월엔 정신없이 바빠요”
입력 2012-10-17 18:10
“10월은 돈 되는 달입니다.” “이용씨는 너무 솔직하다니까요.”
‘잊혀진 계절’의 가수 이용(55·사진)이 15일 KBS 2라디오 ‘이무송 임수민의 희망가요’에 게스트로 출연해 오간 유쾌한 대화다. 진행자 임수민(아나운서)의 오프닝 멘트에 대한 답.
10월의 이용은 촌음을 아껴 사용한다. 10월 스케줄에 빈틈이 없다. 30년 전 발표한 노래 ‘잊혀진 계절’의 가사 때문이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뜻 모를 이야기만 남긴 채 우리는 헤어졌지요/ 그날의 쓸쓸했던 표정이 그대의 진실인가요/ 한마디 변명도 못하고 잊혀져야 하는 건가요….’
당시 MBC 10대 가수가요제 최고인기상, KBS 가요대상 본상을 수상했다. 이후 조영남 나훈아 화요비 서영은 영웅재중 등이 리메이크하며 여전히 10월만 되면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것.
이날 서울 여의도 KBS본관에서 만난 이용은 “줄잡아 40여명의 가수가 리메이크하겠다고 요청하더군요. 작곡자 이범희씨 권한이어서 단발성으로 부를 경우 반농담 삼아 ‘그냥 불러’라고 말해요”라고 했다. 거침없고 솔직한 화법이 그의 매력이다.
“리메이크와 관련해 기억나는 가수가 ‘동방신기’ 멤버 영웅재중이었어요. 어느 날 공손하게 전화를 걸어와 제 의사를 타진하더군요. 젊은 친구가 참 예의 바르다 싶으면서도 장난기가 발동해 ‘당신이 자발적으로 전화 건 거냐’ 했더니 ‘아뇨 소속사 이수만 사장님이…’라고 해요. 그래도 착하더라고요.”
그는 요즘 초특급 VVIP 대접을 받는다. 연 수익의 60%가 10월에 나온다고 했다. 수익은 ‘영업비밀’로 무대 규모나 주최 측에 따라 탄력적이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회당 1000만원 이상으로 짐작됐다. 물론 교회 무대는 달란트를 내놓는 것이어서 ‘셈’을 우선하지 않는다.
“며칠 전 부산MBC 주최 공연에서 부산MBC 사상 최고의 개런티를 받았어요. 요즘 공연계나 방송사 사정이 안 좋아 수입이 예전만 못하지만 ‘최고’로 대접받았다는 데서 자부심을 느끼죠. 무대 스케일이 커지면서 고정 비용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겠죠.”
그는 ‘이무송 임수민의 희망가요’에서 악단장 조규철의 반주 아래 ‘잊혀진 계절’을 불렀다. 30년이 흘렀어도 여전히 심금을 울리는 음색이다. 트레이드마크인 곱슬머리도 여전하다. 그와 함께 이 노래를 들으며 성장한 세대에게는 첫사랑의 아련함, 삶의 쓸쓸함, 가을의 낭만이 한꺼번에 몰려 올 것이다. 이날 라디오 생방송에서 그의 노래를 전화기를 통해 불러보겠다는 청취자 전화가 쉴 틈 없이 울렸다.
생방송 부스 밖 조정실에서 강병택 PD에게 그의 장점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당연히 노래를 잘합니다. 뛰어난 가수죠. 한 가지 더 가진 장점은 흥이 있어요. 흥이라는 건 한국인의 호흡과도 같은 건데 이용씨는 아주 뛰어납니다.”
흥이 많은 이용의 마지막 농반진반. “‘시월의 마지막 밤’이 노래 제목이 아니라니까요. ‘잊혀진 계절’이에요.”
글·사진=전정희 선임기자 jhj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