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오종석] 신중해야 할 부처 통폐합
입력 2012-10-17 18:42
“중국 과학기술부 측이 부총리급 부처였던 우리 과기부에 대해 대체 어떻게 됐냐고 문의해 왔다. 갑자기 부처를 없앤 것에 상당히 의아해했다. ‘한국 정부는 과학기술 비중을 그렇게 크게 생각하지 않는 것 아니냐. 그동안 우리와 맺었던 파트너십은 어떻게 할 것이냐’ 등 꼬치꼬치 묻는데 설명하기 참 힘들었다.”
2009년 베이징 특파원으로 있을 당시 주중 한국대사관의 한 주재관은 이렇게 전하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당시 베이징에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교육인적자원부와 과학기술부가 통합된 교육과학기술부 소속 교과관이 주재관으로 나와 있었다.
벌써 이해득실 따져 설왕설래
연말 대선을 앞두고 다음 정부에서의 부처 신설과 통폐합이 다시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는 집권 후 현 정부가 폐지시킨 과학기술부를 부활시키겠다고 밝혔다. 과학기술인력을 양성하고 대접하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문 후보는 최근 “이명박 정부 들어 과기부와 정보통신부 폐지 등으로 미래 성장 분야의 활력이 주춤해졌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현 정부 들어 과학에 대한 홀대로 과학기술이 크게 발전하지 못하고 정보통신 분야 산업 경쟁력도 떨어진 측면이 있다. 과학기술인들의 사기가 하락한 것도 사실이다.
무소속 안철수 대선 후보는 미래기획부를 신설한다는 계획이다. 대한민국 미래의 먹거리를 찾고 과학기술·정보통신·산업·사회 등 다양한 정책분야별로 장기적 관점의 국가 미래전략을 종합 기획한다는 구상이다.
정치권과 학계에서는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온다. 과기부와 정보통신 부처 신설론이 가장 많다. 일각에서는 해양수산부 신설도 주장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요동쳤던 금융재정분야 대수술 얘기도 나온다. 기획재정부 예산실을 기획예산처로 다시 분리하고 금융위원회와 합치는 방안, 대규모 금융피해를 막기 위해 금융소비자위원회를 별도로 설치하는 방안 등도 거론된다.
정부부처 신설이나 통폐합 얘기가 나오면서 관련부처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이해득실에 따른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정부 직제는 1948년 ‘11부 4처 3위원회’에서 현재 ‘15부 2처 17청 4위원회’로 늘었다. 이 과정에서 기획재정부 등 주요 부처 명칭은 수시로 바뀌었다. 부처 신설 및 통폐합도 지속적으로 이뤄졌다. 김대중 정부에서는 총무처와 내무부를 합쳐 행정자치부로 통합하고 과학기술처를 과학기술부로 승격했다. 또 재정경제부 장관과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을 부총리로 승격했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과학기술 중시 차원에서 과기부 장관을 부총리로 격을 높였다. 재경부·외교부·행자부 및 산자부에 복수차관제를 도입했다.
정치논리 배제가 원칙 돼야
현 정부에서는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를 통합해 기획재정부를 신설한 것과 교육인적자원부와 과학기술부를 교육과학기술부로 통합한 것, 정보통신부를 폐지한 것 등이 특징이다.
이처럼 정부부처 신설 및 통폐합이 이뤄지면서 부작용도 적지 않게 드러났다. 당장 명칭이 바뀌면서 많은 혼선이 빚어졌다. 과기부가 없어지면서 한때 중국과 과학기술분야 협력에 어려움이 발생하는 등 대외 관계에서도 문제점이 드러났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새로운 정책방향이 있는 만큼 정부부처 신설이나 통폐합은 당연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적어도 전임 정부의 치적이나 중점 정책이라는 이유만으로 어떤 부처를 죽이고 살리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 대선 후보들이 정치적 논리나 부처이기주의 등에 휘둘리지 말고 민족의 장래와 국익만을 고려해 정부 조직개편에 대한 제대로 된 공약을 내놓기를 기대한다.
오종석 경제부장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