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복지 늘리려면 재원조달 방안도 함께 내놓아라

입력 2012-10-17 21:51

후보들, 증세든 복지든 합당한 논리로 국민 설득하길

각 대선 후보 진영에서 드디어 증세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간 후보들은 경쟁적으로 복지 확대 주장을 쏟아냈지만 재원조달 방안이 빠져 있어서 허망하기 짝이 없었다. 마치 허풍선이들이 이것도 사주고 저것도 해주겠다고 약속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뒤늦게나마 재원조달 방안으로 증세를 거론하고 있음은 다행이다.

그러나 후보들의 증세론은 아직까지 구체성이 덜할 뿐 아니라 슬쩍 유권자들을 떠보는 정도에 머물러 있다. 우선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 측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16일 지난 35년 동안 부가가치세율이 10%에 고정돼 있었다며 인상 필요성을 거론했다. 이는 증세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었던 박 후보를 감안하면 사전에 애드벌룬을 띄워 국민들의 반응을 살피는 것이 아닌가 싶다.

박 후보는 추가 복지 재원의 60%를 정부의 비효율적인 씀씀이에서 마련하고 40%는 세원을 확대해 세수 증대로 충당하겠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는 대단히 불확실한 대안이다. 일본 민주당이 2009년 정권교체를 이루면서 복지확대를 내세웠고 관련 재원을 정부 내 묵혀있는 각종 기금에서 충당키로 했지만 결국 실패하고 추진하겠다던 복지사업도 도중에 폐기한 경험이 반면교사가 될 것이다.

문재인 민주당 후보는 소득세 과표구간 조정을 통한 이른바 ‘슈퍼부자’를 대상으로 한 증세, 대기업의 실효세율 상향 조정 등 조세제도 개혁을 거론하고 있지만 그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확실치 않다. 단순히 증세를 말하기보다 복지 확대의 내용과 당위성 그리고 그에 상응하는 세율 조정에 이르기까지 치밀한 안을 국민 앞에 내놓고 공론에 부쳐야 할 것이다.

안철수 후보도 증세의 불가피성을 강조하고 이를 ‘보편적 증세’라고만 거론할 뿐 무엇을 얼마나 올리고 조정할지에 대해서는 알 길이 없다. 안 후보 역시 복지정책과 그에 맞물린 재원 확보 문제를 좀더 세부적으로 국민 앞에 내놓아야 한다. “불필요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재검토 등 재원의 효율적 재배분이 필요하다” 등의 공자 가라사대식 발언은 유권자의 판단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사실 시대와 지역을 불문하고 그 어떤 나라에서도 국민은 혜택이 늘어나는 것은 반기지만 부담이 커지는 것은 달가워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필요하다면, 더 많은 국민들에게 혜택이 고루 돌아갈 수 있다면 부담이 늘어나는 것도 피할 수만은 없다. 적어도 앞으로 이 나라의 5년을 경영하고 미래의 국리민복을 염두에 둔 대선 후보라면 국민 앞에 합당한 이유를 밝히고 설득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다.

이번 대선이 내용은 어찌됐든 여야 유력 대선후보 모두가 복지, 경제민주화를 최우선 과제로 인식하고 주장을 펴고 있음은 이전과 다른 모습이다. 문제는 후보들의 주장이 유권자들 사이에서 진영 논리에 휩쓸리지 않고 설득력을 갖추고 있느냐는 점이다. 대선후보들은 구체적인 문제 제기와 함께 관련 대안을 내놓고 유권자들을 더 열심히 설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