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 후보, 정수장학회 확실히 매듭지어야

입력 2012-10-17 21:48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17일 논란을 빚고 있는 정수장학회 문제에 대해 “조만간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 발언을 두고 박 후보가 정수장학회와 무관하다던 기존 태도보다 진전된 입장을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발표 내용이 이런 방향이 될지 예단할 수 없지만, 박 후보는 정수장학회 논란을 차제에 온전히 매듭지어야 한다. 어설픈 대응으로 논란을 확산시키거나 시빗거리를 남겨두지 말고 깨끗이 정리함으로써 이제 과거사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미래를 향한 걸음을 내디뎌야 한다.

박 후보가 법률적으로 정수장학회와 무관하다는 주장에도 일리는 있으나 도덕적 책임으로부터 자유롭기 어렵다. 정수장학회란 이름부터 박 후보 부모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이름에서 한 자씩을 땄다. 게다가 박 후보 자신이 1995년부터 10년간 이사장으로 재직했다. 후임인 최필립 이사장도 박 정권에서 청와대 비서관을 지냈고 2002년 박 후보가 한국미래연합을 창당했을 때 운영위원으로 일했던 측근 중 한 명이다. 역대 이사장들도 박 전 대통령의 친인척 혹은 측근이 맡아왔다. 이런 상황에서 박 후보가 장학회와 무관하다고 주장해도 국민들의 눈에는 그렇게 비치지 않는다. 박 후보가 문제 해결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다.

정수장학회가 특정 개인의 소유물이 아닌 공익재단이므로 이미 사회에 환원된 것이라는 논리도 재단을 운영하는 인물들이 특정 인맥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비록 재단 수입을 온전히 장학금으로 쓰고, 노무현 정부에서 치밀한 감사를 받았지만 재단 운영에 문제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재단 운영자가 박정희 인맥인 한 시비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정수장학회는 자산 형성 과정에 강압성이 있었다는 게 지난 2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판단이다. 비록 최종심은 아니지만 탄생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재산을 관련 있는 인물들이 계속 운영하면서 사회에 되돌려줬다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정수장학회를 정리하려면 최 이사장을 비롯한 이사진부터 바꿔야 한다.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인물들로 장학회 운영자를 교체한 다음 소송 등 법적 절차가 마무리되기를 기다려 자산을 매각할지 말지, 재원을 어디에 쓸지 장학회가 판단하면 된다.

박 후보는 이런 지적을 분별해 장학회 처리 문제를 결정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여러 회한들이 있을 수 있겠지만 국가지도자가 되려면 큰길을 걸어야 한다. 박 후보가 아버지를 정치적으로 넘어서려면 부친의 공과 가운데 정수장학회 같은 과는 철저하게 버려야 한다. 최 이사장도 박 후보에 도움이 되려면 스스로 물러나는 게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