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용현 (12) 지역사회 봉사·장학사업… 소명으로 여기고 헌신

입력 2012-10-17 18:06


기독교인이라면 교회의 울타리를 넘어 사회에 헌신하는 일에도 앞장서야 한다고 믿는다. 하나님이 내게 주신 사명은 선교지만, 믿지 않는 이웃을 위해 봉사하며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일 것이다.

하나님이 내게 주신 또 하나의 목표는 지역사회에의 헌신이었다. 국제로터리 3640지구에 소속된 나는 남한성로터리클럽 회장을 맡으면서 지역사회 봉사를 시작했다. 국제로터리클럽은 1905년 미국 시카고의 변호사 폴 해리스가 창설한 친목·봉사단체다. 자신보다 상대를 먼저 배려하고 어려운 처지의 이웃을 돕는 로터리운동이야말로 이기주의에 빠진 오늘날의 사람들에게 그리스도의 정신을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여행길에서 자신과 무관한 유대인을 아무 조건 없이 도왔던 선한 사마리아인이 하나의 모범이 되겠다.

내가 로터리클럽에서 가장 집중한 분야는 장학사업이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공부를 제대로 못한 청년들에게 배움의 길을 열어주는 것은 국가의 장래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그들이 가난을 부끄러워하거나 도움 받는 것을 수치스럽게 여기지 않고 당당하게 성장하길 바랐다. 그들이 나중에 사회로 나갔을 때 더 큰일에 자신이 가진 물질을 내놓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닫힌 마음을 열기 위해선 물질적 후원만으로는 부족하고 그리스도의 복음이 필요하다.

부모를 일찍 여의고 혼자서 어렵게 생활하던 고등학생을 후원한 적이 있다. 나는 물질적 도움을 주는 데 그치지 않고 영적인 멘토가 돼주고 싶었다. 그 아이가 방학을 맞아 피자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했을 때 나는 기도하는 마음을 담아 몇 통의 편지를 보냈다.

“너는 결코 혼자가 아니야. 네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너를 알고 돌봐주신 분이 계신단다. 예수 그리스도가 네 마음속에 찾아오면 네가 겪는 고난과 아픔을 이길 수 있는 힘이 생길거야.”

그 아이는 편지가 쌓일 때마다 무슨 생각을 했을까. 3년의 후원기간이 끝나고 그 학생은 서울의 명문대 법대에 진학했다.

몇 년이 지난 뒤 그 학생에게서 편지 한 통이 왔다. 편지에는 자신을 후원해준 것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 그리고 앞으로의 꿈이 담겨져 있었다. 학생은 내 편지를 받을 때마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내가 정성들여 쓴 편지를 한 통도 버리지 않고 간직하고 있었다니 고마운 일이었다. 특히 기뻤던 사실은 그 학생이 예수를 믿고 교회에 나가게 됐다는 점이다.

지금쯤 판검사가 돼 있을 그 학생을 생각하면 한 영혼이 내 작은 도움으로 사회에서 존귀한 존재로 쓰임 받게 됐다는 게 참으로 뿌듯하다.

신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줘서 한국교회의 미래를 짊어질 목회자를 양성하는 것도 나의 꿈이었다. 마음 한구석에 품고 있던 이 꿈은 큰딸 정화의 서울신학대학교 입학을 계기로 처음 이뤄졌다. 정화는 종교음악과에서 4년 내내 장학금을 받아서 나한테서 학비를 받아간 적이 없다. 거저 공부했으니 학교에 빚을 진 셈이다.

나는 딸이 받은 혜택을 학교에 돌려주고 싶었다. 그래서 내가 속해 있던 남광장학회를 통해 서울신대에 “성적이 뛰어난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는 데 보태 달라”며 2억6000여만원을 전달했다.

지난해엔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에 장학금을 3차례에 걸쳐 지원했다. 앞으로도 목회자의 꿈을 품은 학생들이 돈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도록 계속 도울 생각이다. 이런 장학금 지원이 단순히 한 개인의 생색내기가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위해 귀하게 쓰임 받는 사역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정리=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