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알의 기적] (4) 주거·교육·식수 3중고 스리랑카 비빌리 지역

입력 2012-10-17 21:25


“빗물만이라도 안들어치게 집을 고쳤으면…”

열대 밀림의 모습을 간직한 스리랑카 비빌리 지역의 카라두갈라 마을. 이곳 흙과 밧줄로 얼기설기 세운 3평 남짓한 흙집에 니로샨(35)씨와 그의 아내 사비카(23), 16개월 된 딸 넷미가 산다. 몸 한쪽이 마비된 니로샨씨는 소득이 거의 없고, 어린 아이를 돌보는 아내 역시 변변한 일자리가 없다. 끼니는 인근 시댁에서 해결하지만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한 집은 어쩔 도리가 없다.

특히 비 올 때가 가장 고생스럽다. 짚으로 만든 지붕에서 샌 빗물이 바닥에 흥건히 고이기 때문이다. 니로샨씨는 “빗물이 새면 집안이 아주 추워져 아이를 돌보기 어렵다”며 “몸이라도 성하면 지붕을 수리하겠는데 그럴 수 없어 그냥 지낸다”고 말했다.

카라두갈라 마을이 있는 비빌리 지역은 한국 월드비전이 후원하는 곳으로 스리랑카에서도 ‘극한의 빈곤지대’에 속한다. 월드비전 스리랑카에 따르면 4만2260명의 지역주민 대부분이 농업에 종사하나 이들의 35.4%는 월 소득이 미화 25달러 미만의 극빈층이다. 그럼에도 이들 중 정부의 빈곤퇴치 보조금으로 매달 7달러씩 받는 이는 극소수다.

한국 월드비전 모니터링단과 친선대사 한인수씨가 찾은 이 지역은 보건환경 또한 열악하다. 주민의 40% 이상이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없으며 주택이 폭우에 망가지거나 임시 거처에 거주하는 등 주거 불안정으로 어려움을 겪는 주민이 46%에 달한다.

영양실조 역시 이 지역에서 심각하게 대두되는 문제다. 2008년 현재 영양 불균형으로 표준체중 이하인 1~5세 아동이 36%에 이를 정도다.

니로샨씨와 같은 마을에 사는 21개월 된 남자아이 누완은 영양실조다. 21개월 된 아이의 평균 몸무게는 12㎏이지만 누완은 9.5㎏에 불과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누완이 간질도 앓아 지능저하와 발육부진 상태가 지속될 우려가 있다는 것. 시내와 떨어진 정글에서 살 뿐 아니라 누완의 아빠 맛두마(27)씨의 소득이 불안정해 아이의 치료 여부는 불투명하다. 맛두마씨는 “농번기에나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데 그것도 한 달에 5일 정도만 일할 수 있다”며 “이때 버는 일당 5달러로는 4명의 식구들 입에 풀칠하기도 벅차 걱정”이라고 말했다.

다행인 것은 점차 이들의 삶이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비빌리 지역은 한국 월드비전의 도움으로 2008년부터 교육 주택 식수 소득증대사업 등 지역개발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식수 사업은 많은 아이들이 안전하게 살아가는데 큰 보탬이 되고 있다. 이 지역 하마폴라 마을 주민들은 우물이 생기고부터 말라리아와 설사 증세가 크게 줄었다. 더 이상 오염된 강 주변에 구멍을 내 고인 물을 떠 마실 필요가 없어져서다. 나다시리(37)씨는 “집에 우물이 있어도 건기엔 다 말라버려 큰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제 월드비전에서 만든 우물로 아이들이 안전한 물을 마시고 있다”며 “이제 이 우물은 마을에 상징적인 존재”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월드비전 스리랑카는 정부와 함께 보건사업과 소득증대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역보건부와 함께 식수위생과 진료소·보건소 개축 등을 진행해 지역 주민의 위생을 관리하는 한편 소득증대사업의 일환으로 농·축업 기술을 전수하며 과실수 묘목과 병아리를 제공해 자수성가의 발판을 제공한다.

월드비전 스리랑카 노엘 비빌리 사업팀장은 “지역 정부와 함께 비빌리 아동의 복지 향상과 지역 빈곤퇴치를 위해 2008년부터 경제·교육·보건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며 “하지만 3500여명의 결연 아동을 기준으로 후원하기에 지원이 필요한 아이들이 아직 많다”며 도움의 손길을 요청했다.

비빌리(스리랑카)=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