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손 모으니 마을이 환해졌네!… 서울 생활녹화 경진대회 대상에 ‘암탉 우는 마을’
입력 2012-10-16 22:28
꼬불꼬불한 주택가 골목을 끼고 한참을 들어가야 나오는 서울 금천구 시흥5동 218번지 일대. 지난해까지만 해도 쓰레기 악취가 진동하고 낡은 집들이 으스스한 분위기마저 내던 곳이다. 삭막했던 이 곳이 여성단체와 지역주민들의 손길로 푸른 텃밭과 예쁜 벽화를 갖춘 생기 넘치는 곳으로 다시 태어났다.
서울시와 ㈔서울그린트러스트가 공동 개최한 ‘2012년 시민참여 생활녹화 경진대회’에서 대상을 거머쥔 시흥5동 ‘암탉 우는 마을’의 이야기다.
서울시는 이처럼 생활주변을 아름답게 가꾸며 이웃과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는 마을 13곳을 선정했다고 16일 밝혔다. 2009년 시작해 4회째를 맞는 올해 경진대회에는 55곳이 응모했다.
주민 대부분이 독거노인이나 저소득 세입자 등 취약계층인 ‘암탉 우는 마을’은 오랫동안 생활 쓰레기와 30년 묵은 건축 폐자재가 쌓여 있던 곳이다.
폐허가 돼 가는 마을을 살리기 위해 지난해 10월 ‘숲지기강지기’ ‘살구여성회’ 등 10여개 여성단체와 자원봉사자들이 발 벗고 나섰다. 숲지기강지기 김혜숙(50) 대표는 “지난해 ‘여성·아동이 안전한 골목길 조사’를 벌였는데 이곳 환경이 너무 안 좋았다. 그냥 두면 우범지대가 될 것 같아 마을개선사업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쓰레기부터 치웠다. 2.5t 트럭 한 대 분량의 쓰레기가 말끔히 치워진 자리에 친환경 공동텃밭을 만들었다. 지난 5월엔 인근 동일여고 미술반 학생들이 무너져 가던 회색 담장에 예쁜 암탉과 노란 병아리, 형형색색의 나무들까지 그려 넣자 이전의 칙칙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어졌다.
시 관계자는 “주민들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하나가 돼 ‘초록빛 마을’을 만든 이야기가 매우 인상적이었다”며 대상 선정 이유를 밝혔다.
최우수상은 강동구 고덕동의 고덕상록아파트가 차지했다. 아파트에 텃밭 50개와 토끼·닭·비둘기를 키우는 작은 동물원, 폐공중전화부스를 이용한 빨간 도서관 등을 만들어 주민들의 교류를 활성화시킨 점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은평구 산새마을, 도봉구 자연보호도봉협의회, 서초구 반포주공아파트 등 10곳은 우수상을 받았다. 전교생이 ‘1인 1화분’을 키우는 관악구 청룡초등학교는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했다.
최광빈 시 푸른도시국장은 “바로 옆에 사는 이웃도 모르는 각박한 이미지의 서울을 푸르고 정이 넘치는 고향으로 다시 돌려놓겠다”면서 “집 앞 골목에서 나무와 꽃, 텃밭을 만나는 게 익숙해질 때까지 마을들을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