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서 ‘암을 넘어선 삶, 희망나눔 콘서트’… 암 환자와 가족들 지친 심신을 보듬다
입력 2012-10-16 19:37
피아노 한 대와 나무 한 그루, 그리고 가을빛 조명. 피아니스트의 손끝에서 나오는 음 하나하나는 객석으로 흘러가 듣는 이들의 몸과 마음을 감쌌다. 구름 한 점 없는 가을 하늘에서 그대로 쏟아진 햇살 같은 강렬한 조명은 선율과 어우러져 멋진 분위기를 연출했다. 음악은 병에 지친 이들을 감싸 안고 위로했다.
서울 회기동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16일 열린 ‘암을 넘어선 삶, 희망나눔 토크’는 암 환자와 가족들을 위한 자리였다. 참석한 700여명의 환자와 가족들은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이루마씨의 연주가 시작되자 곧 몰입했다. 프랑스 출신 이브 몽탕의 ‘고엽’이 흘러나오자 환자와 가족들은 선율을 따라 자연스럽게 흥얼거렸다.
이씨는 ‘메이비’, ‘기억에 머무르다’ 등 7곡을 연주하며 환자와 가족들을 위로했다. 연주 도중 이씨는 “저의 고모도 암으로 세상을 떠났고, 저 역시 암이 두렵다”고 말했다. 환자와 가족들도 공감하듯 머리를 끄덕였다.
위암에 걸린 어머니를 위해 4년간 간호 중이라는 김모(55·여)씨는 “음악을 들으며 응어리가 풀리는 느낌을 받았다”며 “어머니 병으로 우울했는데 이젠 마음이 좀 가벼워졌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진 명사들의 ‘암 투병기’에도 귀를 세우고 경청했다.
14년 전 간암과 폐암 진단을 받았으나 이를 극복한 한만청 전 서울대 병원장은 “암과 싸우지 말고 친구가 되라”고 권고했다. 한 전 병원장은 “암은 어차피 내 몸의 세포에서 생긴 것이기에 누구를 탓할 수 없다”며 “중요한 것은 암을 손님이나 친구처럼 여기며 사는 것”이라고 충고했다. 그는 “암과 친구처럼 살다가 언젠가는 돌려보내겠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했다”며 “암은 절제된 생활, 긍정적 삶,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웠다”고 말했다. ‘희망나눔 토크’에는 차인태 전 아나운서가 림프종양 진단 후 완치 단계에 이른 스토리를 들려줬고 시인 이해인 수녀는 시를 낭송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