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츠린 대기업… 2013년 투자 축소 검토

입력 2012-10-16 19:16

글로벌 경제위기 상황이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대기업들이 내년도 투자를 축소하는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 중이다. 대기업들은 경제 위기 상황에서 투자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인데, 혹시나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바람에 반발하는 것으로 비쳐지지 않을까 고심하는 모습이다.

대기업들은 올해 경영상황을 점검하고 내년도 투자계획을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다음 달이면 대체적인 투자 계획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재계는 최근 대두된 연말연시 경제위기론에 잔뜩 긴장하는 분위기다. 유로존의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미국도 재정긴축 문제로 경기둔화가 예상된다. 세계경제 위축이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들은 투자 축소를 중심으로 한 위기 대응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16일 “내년도 투자계획이 최종 확정되지 않았다”고 전제한 뒤 “글로벌 경기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내년에 공격적인 투자를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 계열사 사장들은 지난 10일 열린 사장단회의에서 글로벌 경기침체가 지속될 가능성이 큰 만큼 위기에 대비한 경영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는 내용의 강연을 듣기도 했다. 이 같은 위기의식 속에서 삼성이 내년도 투자 규모를 축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현대자동차도 투자 축소를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 관계자는 “연구개발 비용은 줄이지 않겠지만 대규모 공장건설 등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글로벌 경기위기 상황에서 질적 성장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SK그룹도 내년도 투자를 올해 수준인 19조1000억원 정도로 준비하고 있지만 국내외 경제상황을 예의주시하며 투자방향과 규모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밝혀 축소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LG그룹 관계자는 “다음 달 실적보고회를 마친 뒤 최종 투자규모를 확정지을 방침”이라며 “투자를 늘리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재계는 위기상황 극복을 위해 불가피하게 선택한 투자 축소가 정치적으로 오해를 사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위기다.

재계 관계자는 “경제위기 상황에서는 당연히 투자를 축소하는 것이 정답인데, 이런 결정조차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게 만드는 게 경제민주화 논쟁의 폐해”라고 일침을 놓았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투자 축소를 결정했다 하더라도 새 정부가 출범한 뒤 경기가 좋아지면 투자를 늘릴 수도 있는 것”이라며 “정치권이 대기업들의 투자 확대를 바란다면 재벌 때리기보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