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 불안] 선진국 양적 완화에 신흥국 금리 인하 맞불 통화전쟁 불꽃 튄다
입력 2012-10-16 19:08
선진국들이 잇따라 양적완화 정책을 실시하자 신흥시장국들이 일제히 금리를 내려 맞불을 놓고 있다.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경쟁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 자국 통화 가치를 끌어내리는 ‘통화전쟁’에 돌입한 것이다. 자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 공격적으로 돈을 푼 미국과 유럽연합(EU)에 이어 중국도 금리·지급준비율을 인하할 준비를 하며 위안화 유통량을 늘리고 있다.
미국·EU보다 기준금리가 2% 포인트가량 높고 상대적으로 경제 기초체력이 탄탄한 우리나라에는 선진국들이 풀어낸 유동성이 빠르게 밀려들고 있다. 이 때문에 환율이 하락하면서 수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16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연 1.9%로 낮은 수준이어서 물가 걱정 없이 돈을 풀 수 있는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신문은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저우샤오촨 총재가 지난주 일본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총회에 참석하지 않은 것도 “베이징에서 통화·재정 확대 정책 등 경기부양 대책을 논의하는 긴급 고위급 회담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조세프 얌 전 홍콩 통화당국 대표의 발언을 전했다. IMF는 중국이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세계를 구했던 2008년의 경기부양 대책에 버금가는 대규모 확대 정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중국까지 가세하면서 자국 경기부양을 위한 팽창적 통화정책, 자국 통화가치 하락을 뼈대로 하는 통화전쟁 양상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신석하 KDI(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선진국이나 신흥시장국이나 전반적으로 경기 예상이 안 좋은 상황이기 때문에 모두 양적완화 기조를 취할 것”이라며 통화전쟁이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명활 금융연구원 거시·국제금융연구실장은 “대외 금리 차이에 따른 자본 유입이 너무 커지면 우리나라도 추가적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해 완화하는 방법을 고려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 등에서 재정위기가 재차 불거질 가능성이 있는 것도 ‘통화전쟁’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감을 높이고 있다. 경기불안이 다시 불거지면 각국이 경쟁적으로 팽창적 통화정책을 쓸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경원 김지방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