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정수장학회·NLL 발목잡기 공방

입력 2012-10-16 22:08

2012년 대선이 ‘과거’의 틀에 갇혀버렸다. 미래 비전과 청사진은 찾아보기 어렵다. 후보들의 정치적 롤모델이 남긴 공과(功過)를 둘러싸고 공방만 뜨겁다. 희한한 ‘고인(故人)들의 선거’가 됐다.

새누리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발언을 끄집어내 연일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를 몰아세우고 있다. 문 후보의 안보관을 공격하면서 참여정부의 실정을 책임지라고 한다.

문 후보 측은 문제의 대화록을 공개해 사실을 확인하자며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 진성준 대변인은 16일 “정문헌 의원이 가짜 대화록을 공개하고 입수 경위를 낱낱이 밝히고 그것이 허위일 경우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어떻게 책임질지 명확히 한다면, 대화록 공개와 열람에 전적으로 동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후보 측은 새누리당의 NLL 공세가 정략적인 ‘안보 장사’여서 그다지 효과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캠프의 안보 분야 관계자는 “새누리당이 2010년 6·2 지방선거 때 천안함 사태를 이용하려다 역풍을 맞은 적이 있다”고 했다.

이에 맞서 민주당은 정수장학회의 언론사 지분 매각 의혹이라는 맞불로 박근혜 후보를 압박한다. 박 후보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세계한상대회 참석 후 ‘박 후보가 직접 논란을 끝내야 한다’는 당내 의견에 대해 “이런저런 개인 의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저는 입장을 다 말씀드렸다”고 했다. ‘나와는 무관한 일’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새누리당과 박 후보는 정수장학회 논란이 전형적인 ‘발목 잡기’ 정치 공세라고 주장한다. 이정현 공보단장은 “대선까지 남은 두 달 동안 실제 지분 매각은 불가능하다”며 “민주당이 국민을 바보로 알고 선거에 이용하려 하는 대국민 사기”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전문가들은 대선 판이 ‘누가 대통령이 될 만한가’의 논쟁을 떠나 ‘누가 대통령이 되면 안 되는가’의 다툼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정수장학회나 NLL 대화록이 대선 식탁에 메인 메뉴로 오를 만한 사안이냐”며 “자기 상품이 좋으니 사라고 해야 하는데, 저 사람 상품이 나쁘니 사지 말라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경제민주화, 복지, 남북관계 등 굵직한 이슈에 대한 후보 간 입장차가 크지 않은 데다 과거 ‘행정수도 이전’이나 ‘한반도 대운하’ 같은 대형 공약이 사라진 점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후보들이 스스로 지지율을 끌어올릴 대형 재료를 내놓지 못하면서 상대방 지지율을 떨어뜨리는 ‘아킬레스건 공격’에 의존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대선 승패가 ‘박근혜가 박정희를, 문재인이 노무현을 얼마나 잘 넘어서느냐’에 달려 있다는 말도 나온다.

두 후보의 공방이 치열해질수록 과거 프레임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무소속 안철수 후보만 유리해진다는 분석도 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지나친 정쟁으로 비칠 경우 안 후보에 대한 관심과 지지가 높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관련기사 3면

김나래 임성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