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수뇌부 책임론 커지는데… 합참선 떠넘기기 급급
입력 2012-10-17 00:29
강원도 고성 동부전선의 북한군 병사 ‘노크 귀순’ 사건 책임론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군 최고 수뇌부가 사건 발생 다음 날 이 사실을 보고받고도 상황 파악조차 못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김관진 국방부 장관과 정승조 합참의장에 대한 문책 목소리가 높아지는 양상이다.
청와대는 국민 여론을 민감하게 살피며 장관과 의장 경질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1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군은 비단 이번 사건뿐 아니라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 협상 등 여러 안보 사안에 안이하게 대처해 온 측면이 있다. 이에 대한 (청와대) 내부 불만이 쌓여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적어도 합참의장은 경계 작전 실패와 허위 보고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가 불과 5개월도 남지 않아 군 수뇌부를 교체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대장급 인사가 이뤄진 상황에서 군 주요 간부 전체를 다 바꾸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군 수뇌부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점은 분명하다”면서도 “정 의장이 정보사항만 전달받은 상황이었던 만큼 국회 국정감사에서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한 건 아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처음 폭로한 민주통합당 김광진 의원도 언론과의 접촉에서 “정 의장의 (국감) 위증이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치권은 여야 가릴 것 없이 “총체적 기강 해이 사건”이라며 군 수뇌부를 질타했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국정감사점검회의에서 “국방부 장관과 합참의장이 자진사퇴하지 않으면 대통령이 해임해주길 바란다”며 “조치가 없으면 국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장관은 국민을 속였고 합참의장은 국회에 나와 위증을 했는데 정작 책임져야 할 이들이 징계에서 빠졌다”고 했다.
새누리당 이상일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보고가 생명인 군에서 엉터리 거짓보고가 지휘부까지 올라갔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비난했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대선을 앞두고 안보 태세를 굳건히 해야 할 시점에 사건이 발생해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09년 4월 24일에도 서부전선을 통해 북한 주민 1명이 최전방 철책을 뜯어내고 귀순했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합참에 따르면 당시 이 주민은 우리 측 매복 장병들을 발견하고는 ‘수고하십니다’라고 인사를 건넸고, 우리 측이 총을 들이대고 귀순을 유도했다. 합참은 “당시 귀순자와 우리 측 장병들이 동시에 발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