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거주자 외화예금 400억 달러 육박
입력 2012-10-16 18:57
국내에 사는 사람들이 달러·엔·위안화 등 외국돈으로 예금한 돈인 ‘거주자 외화예금’이 400억 달러에 육박했다.
정부는 외화예금 급증으로 든든한 외환 방파제가 생겼다며 반가워하지만 은행권은 넘치는 외화자금을 굴릴 곳이 없어 골치다.
1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외국환은행의 거주자 외화예금은 392억6000만 달러로 전월 말보다 34억3000만 달러가 늘어났다.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던 지난 7월 말 367억9000만 달러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지난해 말 299억3000만 달러에 비해선 무려 100억 달러 가까이 급증했다.
한국은행은 외화예금이 크게 늘어난 이유로 기업들의 수출대금 예치 증가를 꼽았다. ‘불황형 흑자’ 시대이지만 무역수지가 나날이 좋아지면서 수출대금을 예치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기업의 해외증권 발행자금 예치금이 증가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기업의 지난달 수출액은 456억6000만 달러로 수입액인 425억1000만 달러보다 31억5000만 달러 많았다. 해외증권 발행도 지난달 18억5000만 달러로 전달 4억 달러에 비해 늘었다.
외화예금이 급증하자 정부는 반기는 분위기다. 경기침체 상황에서 넉넉한 외환보유액이 언제 닥칠지 모르는 외환위기에 대비하는 ‘안전판’이 될 수 있어서다.
반면 은행들은 수신고가 늘어나는 건 좋지만 넘치는 외화자금을 굴릴 데가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예금이 들어오면 이를 굴려서 이자를 줘야 하는데 최근 금융시장 침체로 돈을 굴릴 곳이 없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외환담당자는 “해외 대출을 해야 하는데 마땅치가 않아 대부분 1개월 미만의 단기 대출이나 스와프 등으로 운용한다”며 “사실 외화예금으로는 거의 수익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