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열린 고층아파트만 골라 귀중품 훔친 ‘간큰’ 10대 도둑
입력 2012-10-16 18:47
지난 5일 오후 12시30분쯤 권모(19)군이 서울 도봉동의 한 아파트에 들어섰다. 중앙계단이 있는 아파트였다. 7층까지 엘리베이터로 이동한 권군은 한 층씩 계단으로 올라가며 현관문에 귀를 댔다. 인기척이 있으면 다음 층으로 이동했다. 그렇게 다다른 곳은 13층 조모(53·여)씨 집. 아무 인기척이 없었지만 빈집 확인을 위해 초인종을 10차례나 눌렀다.
권군은 심호흡을 한번 한 뒤 중얼거렸다. “생각은 짧게, 실천은 빨리.” 일종의 자기암시였다. 이윽고 중앙계단 창문에 올라탔다. 까마득한 높이였지만 밑을 보지 않고 곧장 조씨 집 베란다에 발을 디뎠다. 베란다 문은 열려 있었다. 들어가는 데 1분이 걸리지 않았다.
이어 곧바로 안방으로 들어가 서랍을 열고 귀금속을 찾았다. 반지가 눈에 들어오자 반지에 적힌 숫자(18k, 24k)를 꼼꼼히 확인하고 진품만 골랐다. 3분이 걸렸다. 이어 현관문으로 태연하게 나와 엘리베이터를 탔다. 엘리베이터에 CCTV가 보이면 아는 집을 방문한 것처럼 바깥 쪽을 향해 인사하는 시늉까지 했다.
권군은 이런 방식으로 서울과 수원, 전주 등을 돌며 13∼20층의 고층아파트만 6차례 털었다. 그는 고층 아파트 집주인들이 높다는 이유로 안심하고 베란다 창문을 열어놓는다는 점을 노렸다.
그의 등에는 ‘카르페디엠’(Carpe Diem·이 순간을 즐기라)이란 라틴어 문신이 있다. 중1 때 30만원을 주고 새겨 넣었다. 검정고시로 중학교를 마친 뒤 여기저기서 일을 하며 힘들 때마다 이 문구를 떠올렸다. 하지만 늘 돈에 쪼들리다 절도행각을 시작했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3500만원 상당의 귀금속을 훔친 혐의(절도)로 권군을 구속했다고 16일 밝혔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