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다 핀 소녀의 꿈 청춘들이 꽃피워요… 정신대 할머니 역사관 건립 모금 나선 청년 창업팀 연합 ‘영심’

입력 2012-10-16 18:28


“정신대 할머니들의 못다 핀 꽃을 우리가 함께 피워 드립시다.” “예쁜 후드 티 구경하세요”

사회적기업협의회 주관으로 지난 11일 서울 삼선동 성북구청 앞 잔디마당과 바람마당에서 열린 ‘2012 사회적경제박람회장’은 시끌벅적했다. 63개 업체가 참여해 사업특성을 소개하고 물품을 판매하느라 목청을 높였다. 먹거리가 많아선지 아줌마 손님들이 줄을 잇는데 ‘영심(YOUNG SIM)’이란 코너에는 유난히 여학생들이 많았다.

부스에서 후드티를 입은 채 여학생들에게 제품을 설명하던 ‘소셜 클로스’의 공은주(24) 대표는 “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후드티를 파는 데다 기념 사진촬영을 해주고 있기 때문에 많이 몰리는 것 같다”면서 후드티 판매 수익금 전액은 대구 위안부역사관건립 기금에 보탤 계획이라고 밝혔다. 소셜클로스는 디자인창업팀이다.

영심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청년 사회적 기업가 육성사업에 선정된 창업팀 6곳이 연합해 지난 8월초에 만든 모임. 잊혀지거나 문제의 본질에서 벗어난 이슈를 찾아내 사회 전반의 관심과 동참을 이끌어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다부진 포부를 갖고 있는 이들이 첫 프로젝트로 선택한 것이 대구 위안부 역사관 건립 사업 기금 모금이다. 대구지역 시민단체인 ‘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 시민모임’이 건립을 추진 중이나 자금난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소셜 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프로젝트를 홍보해 소액 투자를 이끌어내는 소셜 펀딩 기업 ‘오마이컴퍼니’ 성진경(40) 대표는 “이 후드 티는 시민들의 기금으로 만든 것”이라고 소개했다. 9월25일부터 이달 초까지 오마이컴퍼니가 SNS에서 역사관 건립기금 조성 프로젝트를 펼쳐 98명에게서 받은 580만원으로 제작했다. 투자자들은 후드티와 ‘위안부 역사관에 이름을 남겨 준다’는 약속을 선물로 받았다.

유기농먹거리 판매망을 통해 이번 프로젝트를 널리 알렸던 ‘둘러앉은밥상’ 한민성(31) 대표는 “위안부 문제를 비롯해 여순사건, 제주 43사건 등 우리 역사의 어두운 부분을 젊은이들에게 알려 매듭을 지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그는 ‘쉰들러리스트’‘홀로코스트’ 등은 잘 알면서도 위안부 문제는 잘 모르는 젊은이들이 적지 않다고 안타까워했다.

성 대표는 “문의가 잇달아 19일까지 기부를 받기로 했다”면서 이번에 참가한 기부자들과 함께 후드티셔츠를 입고 수요 시위에 참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영심의 대구 위안부역사관 건립기금 마련 프로젝트는 ‘블루밍’이 이어갈 계획. 블루밍의 윤홍조(26) 대표는 “우리 기업은 위안부할머니들의 명예를 회복하고 위한부 문제를 홍보하고 있는 고려대학교 사이프(SIFE) ‘블루밍 프로젝트’ 회원들이 주축이 돼 발족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런 만큼 이번 프로젝트에서도 주축이 돼 대구시민모임과 연결고리 역할을 비롯해 티셔츠를 제작 등을 맡아 해냈다.

윤 대표는 “대구 역사관이 건립된 뒤에도 일본이 정식으로 사죄, 배상할 때까지 위안부 문제를 국제적으로 환기시킬 것”이라고 다짐했다. 블루밍 프로젝트는 ‘의식 팔찌’를 제작해 자체 온라인쇼핑몰을 통해 1억여원어치나 판매, 그 수익금을 ‘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 시민모임’에 기부해 왔다. 윤 대표는 “블루밍 프로젝트는 10∼20대를 대상으로, 블루밍은 고급 제품을 개발해 30대 이상과 해외 수출을 통해 지구촌 주민을 대상으로 정신대 문제를 알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