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귀 목사 중국 구금 100일… “빠른 석방을 위해 힘 모아주세요”
입력 2012-10-16 21:08
“전재귀(사진) 목사는 평소 착한 일만 했습니다. 절박한 상황 속에 놓인 사람에게 예수 사랑을 실천했을 뿐인데 잡아가다니 세상에 이런 일이 또 어디 있습니까.”
탈북자들에게 숙소를 제공한 혐의로 중국 감옥에 있는 전재귀(51·부산 하나로교회 파송) 목사가 16일로 구금된 지 100일을 맞았다. 부친 전병덕(77)씨와 아내 박성자(48)씨를 비롯한 가족들은 이날 국민일보를 찾아 전 목사의 석방을 눈물로 호소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중국에서 조선족을 돌보며 복음을 전해 온 전 목사는 지난 7월 9일 하얼빈 공항에서 중국 공안에 체포됐다.
가족들은 이날 한목소리로 “전 목사는 심성이 참 착한 사람”이라고 했다. 어려운 사람을 만나면 도움을 주고 싶어 하는 마음이 남달랐다는 것이다. 거리의 거지들에게 꼭 돈을 쥐어 주고 동네 불량배 때문에 힘들어하는 이들을 외면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고 전했다. 이번에 조선족인줄 알고 우연히 만난 탈북자 5명에게 숙소를 제공하고 편의를 제공한 것도 아마 이런 경우일 것이라고 했다.
“전 목사는 ‘깡다구’가 있습니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담대함이지요. 한국과 중국 사회에 간곡히 호소합니다. 전 목사의 석방과 송환을 위해 마음을 모아 주십시오.”
전 목사는 현재 ‘밀입국알선죄’로 체포돼 중국 사법당국의 재판을 앞두고 있다. 체포와 연행 과정에서 중국 공안에 압수당한 휴대전화로 수차례 머리를 가격 당하고 두 차례나 숨이 멎을 정도로 목을 졸라 위협하는 가혹행위를 당했다는 말을 주중 칭다오(靑島)영사관에서 들었다.
이에 가족들은 각계에 탄원을 시작했다. 수차례 서울 효자동 중국대사관 앞에서 기독교사회책임, 탈북난민북한구원한국교회연합,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인권위원회 등과 함께 전 목사 석방촉구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소식을 접한 부산과 광주지역 교회들이 중국대사관과 영사관에 항의서한을 전달하는 등 전 목사의 석방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전 목사의 석방은 아직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지난 주 우리나라 외교통상부로부터 “중국 사법당국의 재판결과를 기다려보자. 가족들이 변호사를 선임해서 대처하라”는 입장만을 전달 받았을 뿐이다.
이에 대해 전 목사 부친은 “우리나라 정부가 자국민 보호에 소홀하고 무책임하게 방치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중국 정부의 눈치만을 보는 저자세의 외교 행태가 아닌지 의문스럽다”고도 했다. 북한인권 및 선교단체들은 이번 주 외교통상부의 뚜렷한 답변이나 외교적 노력이 없을 경우 장관 면담을 요청하고 퇴진운동도 벌일 계획이다.
이날 아침 부산에서 올라온 전 목사의 아내 박씨는 “예수님이 달리신 십자가를 생각하면 이것은 아무 것도 아닌 일이라고 생각한다. 중국에 처음 갈 때도 그랬지만 저와 우리 가족들은 이 모든 사역을 기쁨으로 순종하며 기도할 것”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지난주 전 목사의 둘째 딸(23·대학생)은 구금 중인 아빠에게 편지를 썼다. 편지는 주중 영사관을 통해 전 목사에게 그대로 전달됐다.
“아빠, 우리 가족은 고난이 축복이라고 하신 말씀을 붙들고 매일매일 기도하고 있어요. 아빠가 자랑스러워요. 하나님은 고난을 이길 수 있는 사람에게만 주신다고 아빠가 평소에 말씀하셨죠. 감옥에서 건강하셔야 해요. 사랑해요, 아빠.”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