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진홍] “저희를 잊지 말아주세요”

입력 2012-10-16 18:39

2009년 3월 국회에서 ‘국군부대의 소말리아 해역 파병 동의안’이 가결된 직후 창설된 부대가 청해부대다. 한국군 사상 첫 전투함 파병부대다. 청해부대원 300여명은 지금도 소말리아와 인근 지부티 해역에서 전투함을 타고 이곳을 통과하는 우리나라 선박 호송 임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지난해 1월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된 삼호 주얼리호 선원들을 구출한 ‘아덴만 여명작전’의 주인공 역시 청해부대원들이다. 정부는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우리 국민 다수도 자긍심을 느끼며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아덴만 작전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졌다. 제미니호 피랍 사건이다. 싱가포르 선적 화학물질 운반선인 제미니호가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납치된 때는 지난해 4월 30일. 이 배에는 우리나라 선원 4명을 포함해 25명이 타고 있었다. 그해 11월 30일 제미니호를 소유한 싱가포르 선사 ‘글로리십’과 협상을 벌인 해적들은 돈을 받고 우리나라 선원을 제외한 다른 국적의 선원들과 배를 돌려보냈다.

우리나라 선원들만 억류된 이유는 아덴만 작전 때문이라는 게 싱가포르 선사 측 설명이다. 그 당시 해적 8명이 사살되고 5명이 생포된 데 대한 보복 차원에서 인질을 구금한 채 우리 정부에 거액의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는 얘기다.

사건이 발생한지 벌써 1년 6개월가량 지났다. 가족들은 참다못해 지난 8일 기자회견을 갖고 선원들의 무사 귀환을 위해 정부와 국제사회가 나서 줄 것을 눈물로 호소했다. 선원들은 최근 가족들과의 통화에서 건강한 상태라고 밝혔다. 그러나 해적에게 잡혀 있다가 아덴만 영웅이 된 석해균 전 삼호 주얼리호 선장은 한 인터뷰에서 “해적들은 사람이 죽지 않을 만큼만 대우해준다. 잠자리와 영양상태가 열악할 것”이라고 전했다. KBS가 지난 12일 공개한 피랍 선원들의 동영상은 가슴을 찡하게 한다. 이들은 “불쌍한 저희를 잊지 말아주세요. 정부가 힘을 써주셔야 (한국에)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여전히 협상을 거부하고 있다. 정부로선 해적과의 협상에는 응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쉽게 허물 수 없고, 해적 요구를 들어주면 제2, 제3의 납치 사건이 잇따라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사태 장기화의 요인이 아덴만 작전이라는 점에서 정부가 친미 성향의 소말리아 정부에 협조를 요청하는 등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게 옳다. 생명을 위협받고 있는 제미니호 선원들을 언제까지 방치할 셈인가.

김진홍 논설위원 j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