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목소리] 식량 3不 시대의 과제
입력 2012-10-16 18:39
대통령 선거일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아직까지 대선 후보자들의 농업관이 담긴 정견을 찾기 힘들다.
지난해 쌀 자급률은 2010년(104.6%)에 비해 21.6% 포인트 하락한 83%에 머물렀다. 이는 2010년산 신곡만을 놓고 따진 자급률이다. 정부는 신곡 자급률 83%는 그다지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30년 만의 최저 수치이므로 결코 간단히 넘길 사안이 아니다.
쌀 자급률 급락 등의 영향으로 곡물 자급률마저 역대 최저치인 22.6%로 곤두박질쳤다. 올해 쌀 자급률은 더 하락할 전망이다. 또 내년 자급률은 올해 백수피해 면적이 10만㏊를 웃도는 점을 감안할 때 더욱 심각해질 우려가 있다.
쌀마저 자급이 불안하다는 것은 식량안보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의미다.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종자 개발에 대한 정부의 지속적이고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다국적 종자기업의 시장점유율은 1996년 16%에서 2010년 73%로 확대됐다. 몬산토의 1년 연구개발비는 우리나라 전체 종자산업 연구비의 20배에 이른다. 종자 개발은 장기적인 투자를 요하지만 좋은 품종을 개발하면 장기간 수익을 얻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와 같다. 때늦은 감은 있지만 정부에서 국가적인 수출전략 종자개발을 위해 10년간 4911억원을 투자하는 ‘골든시드(Golden Seed)’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전북 김제에 2015년 민간육종연구단지인 ‘시드 밸리(Seed Valley)’ 조성계획을 내놓은 것은 바람직하다.
아울러 국제곡물 공급 리스크 발생에 대비해 한국형 곡물 메이저를 육성해야 한다. 곡물 자급률이 26%인 일본의 경우 1978년 곡물회사 ‘젠노(全農)그레인’을 설립, 미국에 대형 저장·유통 시설을 확보하고 글로벌 조달 시스템을 구축했다. 현재 수입량(2700만t)의 70%를 자국 조달 시스템을 통해 공급받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과 미국의 대형 농업협동조합이 합작 투자기업을 설립해 미국산 밀과 보리를 일본에 공급하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기업의 순이익 일부를 농업경쟁력 확보를 위해 농어업 분야에 지원하는 ‘FTA 무역이득공유제’의 공감이 필요하다. 지금 식량문제는 양적으로 부족(불충분)하고, 가격 변동 폭이 확대(불확실)되며, 안전이 위협(불안전) 받는 3불(不)시대인 것이다. 더 이상 과거처럼 싼값으로 식량을 구할 수 없고, 돈이 있어도 구매하지 못하는 절대 부족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변성섭(농협 안성교육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