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년연장 지금 시작해도 늦었다
입력 2012-10-16 18:49
임금개편 등 기업부담 줄이면서 법제화 서둘러야
정부가 어제 국무회의에서 ‘제2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새로마지 플랜 2015)’의 고령사회 분야 보완계획을 확정했다. 기업들의 퇴직연금제 도입을 활성화하기 위해 중소기업이 퇴직연금제를 운영할 때 인센티브를 주고 저소득 노인의 주거복지를 위해 정부 임대주택 공급시 노인가구에 가점을 부여하는 방안 등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가장 큰 관심사였던 정년연장 문제를 노사정위원회 논의 등 사회적 합의를 거쳐 단계적으로 추진키로 한 것은 세계에서 고령화속도가 가장 빠른 우리나라 실정을 고려할 때 안일하게 접근하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노사정위원회는 712만명에 달하는 베이비붐세대(1955∼63년생)의 은퇴가 본격화하자 2010년 ‘베이비붐세대고용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지난해까지 1년 동안 정년연장 법제화를 논의했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우리나라 현실은 정년연장을 놓고 노동계와 경영계가 몇 년째 줄다리기할 만큼 한가하지 않다. 5년 뒤인 2017년이면 고령자가 14%에 달하는 고령사회에 진입하고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어 노동력 부족 문제가 당장 발등의 불이 된다. 2026년에는 고령자가 20%를 차지하는 초고령사회에 들어서게 된다. 일하는 인구는 줄어드는데 부양해야 할 노인들이 늘어난다면 복지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직장인의 평균 퇴직연령은 53세로 미국(65.8세)과 유럽(61.8세)보다 훨씬 낮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한국경제 보고서를 통해 최소 정년 연령을 설정하는 방법으로 정년제도를 개선하고 장기적으로는 정년제도가 연령차별이기 때문에 폐지할 것을 권고했다.
한창 일할 나이에 직장을 떠나는 조기 은퇴자들이 늘면서 개인적 문제는 물론 사회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변변한 은퇴 준비 없이 퇴직한 사람들의 과도한 자영업 진출, 사업실패로 인한 빈곤 노인의 증가 등 부작용이 심각하다. 지난 14일 정부중앙청사 18층에서 불을 지르고 투신자살한 60대 김모씨도 은행지점장까지 지냈으나 퇴직 후 10여년 동안 뚜렷한 일자리를 찾지 못했고, 사업에도 실패하면서 우울증에 시달려왔다고 한다.
문제는 기업들의 반발이다. 기업들은 정년을 연장하면 청년 일자리와 상충돼 신규 채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OECD 국가 중 최장인 근로시간을 줄이면 더 많은 일자리를 나눌 수 있다. 숙련된 고급 인력을 잃는 것은 기업으로서도 손해다. 따라서 경영계도 적극적으로 정년연장 논의에 나서야 한다. 대신 기업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임금체계를 직무성과급으로 개편하고, 정년을 늘리는 대신 임금을 줄이는 임금피크제와 근무시간 단축 청구권 등 보완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정년연장 법제화 이전이라도 정년을 연장하는 기업에 대해선 인센티브를 주는 등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정치권도 만 60세 정년연장을 추진하는 만큼 결실을 맺기 위해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