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활개 치는 신분증 위조업체 발본색원하라

입력 2012-10-16 18:44

신분증 위조는 중대 범죄다. 형법 225조에는 공문서를 위·변조하면 10년 이하 징역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다. 주민등록증, 공무원증은 공문서다. 기업 사원증 같은 사문서를 위조해도 법정최고형이 징역 5년이다. 신분증 위조는 다른 범죄를 위한 수단이 되므로 더욱 엄하게 처벌한다는 취지다.

그런데도 가짜 신분증을 만들어 파는 업체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주민등록증 위조’라고 입력하면 수백 개의 업체가 검색된다. 대기업 사원증은 이메일로 사진을 보내면 수일 내 집에 배달까지 해준다. 1만원을 내고 회원으로 가입하면 중앙부처 공무원증의 서식을 마음 놓고 다운받을 수 있는 사이트도 있다. 주민등록증, 여권뿐 아니라 경찰 신분증까지 감쪽같이 위조해 준다고 광고하는 업체가 적지 않다.

정부중앙청사에 진입해 불을 지르고 투신자살한 김모씨가 허위 공무원증을 사용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새삼 문제가 됐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위조한 신분증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수없이 많았다. 지난달에는 경찰관 신분증을 위조한 40대 남자가 단속을 빙자해 미성년자를 협박한 뒤 성폭행한 사건이 있었다. 다른 사람의 보험금을 가로채는 등의 금융사기 사건에도 위조된 주민등록증이 사용됐다. 심지어 청소년들이 술집에 들어가려고 아무 죄의식 없이 가짜 주민등록증을 만들 정도로 신분증 위조가 만연한 게 현실이다.

하지만 단속과 처벌은 형식에 그치고 있다. 큰 사건이 터져 사회적 관심의 대상이 되면 ‘특별단속’에 나서는 식이다. 그나마 여론이 잠잠해지면 손을 놓는다. 포털사이트는 이들 업체의 불법광고를 방치해왔다. 10대들마저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데도 경찰은 “위조업체들이 대포폰과 대포통장을 이용하기 때문에 단속이 어렵다”고 변명하고 있다. 경찰과 관련 당국은 이번 기회에 철저하고 지속적인 단속이 가능한 체제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신분증 위조가 중대한 범죄라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업체와 이용자를 발본색원해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