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용현 (11) 오토바이 타고 꼬박 3시간반… 험난한 집회길

입력 2012-10-16 18:09


지난해 1월 선교여행을 떠난 아들 정필이와 인경수 선교사 일행은 남인도 여정을 마치고 북인도로 향했다. 인도 아삼주와 국경을 접한 부탄의 지하 교인들을 만나는 게 첫 번째 일정이었다. 험난한 길을 뚫고 어렵사리 부탄 국경에 도착했지만 비자 문제로 허가를 못 얻어 안타깝게도 철수해야 했다.

벵골주의 고아르당아 마을에서도 특별 집회가 예정돼 있었지만 일부 부족의 도로 점거 시위로 참석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곳 교회 목사에게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목사님, 차로 도저히 갈 수 없는 상황이라 아무래도 다음을 기약해야겠습니다.”

“안 됩니다. 저희는 이 집회를 1년 전부터 준비해왔습니다. 오토바이를 보내드릴 테니 꼭 와주십시오.”

결국 오토바이를 나눠 타고 우여곡절 끝에 3시간 반 만에 도착할 수 있었다. 교회 앞에 구름 떼처럼 모인 교인들이 일행을 반갑게 맞이했다.

예배는 은혜 가운데 순조롭게 진행됐다. 노인과 다리를 저는 환자들이 유독 많았는데 기도를 하는 와중에 고침을 받은 이들도 있었다. 그들에게 아픈 부위에 손을 대고 기도할 것을 권했고 “그가 징계를 받으므로 우리는 평화를 누리고 그가 채찍에 맞으므로 우리는 나음을 받았도다”(사 53:5)라는 말씀으로 치유의 역사를 목도할 수 있었다.

질병이 나았음을 깨달은 성도는 자신이 받은 은혜를 성도들 앞에서 간증하며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기도 했다. 작별의 시간엔 서로를 부둥켜안고 울면서 축복의 기도를 했다.

돌아오는 길은 쉽지 않았다. 교통정체가 극심한 가운데 헬멧도 장갑도 없이 오토바이를 타고 가면서 추위를 견뎌야 했다. 게다가 오토바이가 고장 나는 바람에 다른 곳에 예정됐던 집회를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정필 일행은 선교여행 중 수차례 고난을 당한 사도바울을 생각했다.

‘주님, 사도바울처럼 환란과 고난 앞에서 저의 약함을 드러낼 수 있도록 도우소서. 약하고 피곤한 몸을 흑암 속에서 건져주시고 빛으로 인도하소서.’

교회를 순방할 때마다 크고 작은 하나님의 이적이 함께했다. 정필 일행은 땅 끝에 거하는 소수민족 한 사람까지도 사랑하시는 주님의 뜻을 조금이나마 헤아릴 수 있었다. 20여일간의 인도 사역을 마친 일행은 남아프리카로 향했다. 아직도 동성애와 일부다처제, 할례가 행해지는 곳에서 예수님을 알지만 성경의 본질을 오해하는 민족에게 예수님의 가르침을 온전히 전하는 것이 그들의 임무였다.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등지에서 집회와 세미나를 연 뒤 모잠비크 국경을 넘었다. 수도 마푸투에서 250㎞가량 떨어진 곳에 있는 싸이싸이 교회에서 열린 지도자 교육에는 50여명이 참석했다. 김창길 목사의 강의에 이어 인경수 선교사가 느헤미야 말씀을 주제로 설교하자 청중은 “아멘”을 외치며 뜨겁게 반응했다. 설교를 마친 뒤 일부 참석자가 “매년 이런 세미나를 열어줄 수 없느냐”고 물어와 “그렇게 하겠다”는 기약 없는 약속을 하고 말았다.

36일간의 선교여행을 마치던 날 정필 일행은 그동안의 여정을 돌아봤다. 믿지 않던 이들이 회개하는 등 하나님의 역사로 수많은 기적을 체험한 나날이었다. 성령님은 그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네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나는 너를 변화시켰다. 선교여행을 통해 네 지경이 넓어졌으며, 이전엔 알지 못했던 은혜의 분량도 네가 깨닫게 됐다. 앞으로 너를 들어 더욱 큰일에 사용하리라.”

정리=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