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선 목사의 시편] 말춤 추는 세상

입력 2012-10-16 17:36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세계를 정복했습니다. 수많은 패러디에 세계 유수 언론들의 관심. 졸지에 세계적인 스타로 등극했습니다. 그가 등장하는 CF가 계속 늘어납니다. 돈은 당연히 따라붙었고요. 강남스타일을 패키지로 한 관광상품도 선을 보이고, 이런 트렌드를 분석하는 특집방송에, 학자들까지 연구 분석으로 분주합니다. 가장 큰 흐름은 강남스타일에 등장하는 말춤을 세계인이 따라하고 열광한다는 것입니다.

방송을 보노라면 온 세상이 말춤을 추는 것 같습니다. 어린아이도 노인들도 남자도 여자도 열광하며 춤을 춥니다. 노래교실에 모인 할머니들도 말춤을 추며 신나합니다. 춤 출줄 모르는 사람들의 어깨까지 들썩이고 유명 인사들이 대중 앞에서 말춤 따라하기 경쟁을 합니다. 놀랍습니다. 춤추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하고 생동감이 넘칩니다. 도대체 왜 세상은 강남스타일에 열광하고 말춤에 빠졌을까요?

지금 이 세상이 그만큼 즐겁지 않다는 방증이겠지요. 언제부턴가 미국발 경제위기로 사람들의 어깨가 처지기 시작했고 그리스를 비롯한 유럽의 경제위기는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 없게 됐습니다. 젊은이들이 바라보는 내일은 절망적이기까지 합니다. 희망을 잃었습니다. 이런 세계적인 불안감에 위로를 준 것이 말춤 아닐까요. 중독성 강한 음악에 따라 하기 어렵지 않은 춤사위로 세상을 정복한 것입니다. 게다다 말춤을 추는 가수 싸이는 아이돌 가수처럼 잘생기지도 않았고 젊지도 않습니다. 윗옷을 벗어제낀 그의 몸은 보기에 민망할 수준입니다. 너무 높아 보이지도, 멀어 보이지도 않는 그의 스타일이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그만큼 격려가 되었을 것입니다. 동질감을 느끼기가 어렵지 않았겠지요. 그가 만든 말춤에 함께 열광하는 동안 돈은 그 사람이 다 쓸어 담는 것은 잊어버린 채.

이런 분석을 하면서 목사로서의 고민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교회가 이 세상에 이렇게 춤출 만한 즐거움을 준 적이 있던가, 아니 우리 교회 안에 있는 사람들조차 이렇게 춤출 만큼 큰 즐거움이 있는가’. 교회가 세상으로 하여금 춤추게 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교회가 오히려 걱정거리를 안겨주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예수 믿는 사람들이 교회 안에서 춤출 만큼의 즐거움을 찾지 못하니 말춤에 덩달아 몸을 실어버립니다. 말세라며 혀를 찰 일이 아닙니다. 교회를 걱정해야 합니다. 우리가 말춤 추는 사람들보다 행복하고 즐거워야 하는데 한숨소리가 커지는 교회이다 보니 더욱 그렇습니다. 강단에서 흘러가는 말씀의 생명력이 죽은 바다 같은 세상을 살리고 춤추게 해야 하는데. 이것이 다 목사인 나의 책임이라 생각하니 춤추는 사람들을 보는 목사의 마음은 춤을 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산정현교회 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