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태양광 발전시설 ‘경남 합천호’… 산림·농지 훼손없이 설치 ‘친환경+성장 잠재력’

입력 2012-10-16 18:08


재생에너지 확대 전선에 비상이 걸렸다. 태양광 산업은 공급 과잉과 수요 정체로 인해 세계적 불황에 빠졌다. 게다가 태양광이든 풍력이든 대규모 발전단지를 가용 토지가 비좁은 국내에 건설하려면 산지나 농지 훼손이 불가피해 반발이 만만치 않다. 조력발전소 건립계획도 환경 훼손과 어업 피해 논란에 휩싸이며 잇따라 무산됐다. 이런 가운데 친환경성과 성장 잠재력으로 눈길을 끌고 있는 수상태양광발전 시범단지를 찾았다.

지난 9일 경남 합천군 대병면 합천호에 설치된 수상태양광 발전시설을 방문했다. 경남 산청군과 합천군의 경계를 이루는 황매산 터널을 지나자 계단식 다랑이논이 양쪽에 펼쳐진 협곡을 가로질러 길이 472m가량의 합천댐이 위용을 드러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이 댐이 만든 합천호 수상에 100㎾급 실증모델과 500㎾급 상용화모델 등 2기의 태양광발전시설을 가동중이다.

◇수상태양광발전의 장점=모터보트를 타고 먼저 100㎾급 실증모델에 올라가 봤다. 내구성, 경제성 등을 살피기 위한 소규모 시설이다. 수자원공사 이세현 신재생에너지팀장은 “지금 가동한 지 1년 넘었는데 유지관리비가 거의 들지 않는다”며 “육상태양광의 경우 셀에 먼지가 많이 쌓여 자주 청소를 해야 하지만, 호수 위에서는 먼지가 거의 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수상태양광이 육상태양광에 대해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은 비어 있는 수면을 활용함으로써 산림 등 자연이나 농경지를 훼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는 발전효율을 꼽을 수 있다. 같은 설비용량으로 생산하는 전력이 육상태양광보다 10.2% 더 높다. 호수의 물이 태양광 모듈을 냉각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현재 태양광발전의 주된 소재인 실리콘겔이 열에 약해서 섭씨 25도를 기준으로 1도씩 올라갈 때마다 발전효율이 0.34% 감소한다. 또한 햇빛 차단효과로 저수지의 녹조현상을 완화시키며 물고기의 은신처를 제공해 산란환경에도 유리한 측면이 있다.

하창환 합천군수는 “수상태양광발전설비가 갈수기에 어류들의 은신처 및 산란처 노릇을 할 수 있는데다 아름다운 합천호 경관과도 잘 어울려 다른 관광상품들과 시너지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규모 상용모델=500㎾급 상용모델은 물 위에 떠 있는 구조물 크기가 사방 96m로 거의 축구장 면적이다. 이 커다란 부유 구조체는 수심 50∼90m의 호수바닥에 박혀 있는 2.5t짜리 콘크리트 블록 24개에 연결된 특수 장력줄로 이뤄진 계류장치에 연결돼 있다. 구조체 위에 올라가니 물결 따라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수상태양광발전의 첫째 관건은 수위나 유속의 변동에도 안정적으로 시설을 고정시킬 수 있는 기술이다. 수상발전소의 계기판에 표시된 현재발전량은 218㎾, 355㎾ 등 수시로 변했다. 네 귀퉁이에는 위성추적장치(GPS)를 달아 바람의 방향이나 세기에 따라 구조체가 어디로 움직이는지를 체크한다.

이 팀장은 “지난 8월과 9월 태풍이 거듭 닥쳤을 때 내심 걱정을 했지만 설비와 기능이 훼손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 8월부터 상업발전을 시작한 상용모델은 시설용량 500㎾급 규모로 4인 가족 170가구가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기를 생산하게 된다. 국내는 물론 세계 최대 규모인 동시에 세계 최초로 사업성을 확보했다.

◇잠재력과 수출 전망=수상태양광발전은 국내 재생에너지 업계에 돌파구가 될 수 있을까. 한국수자원공사는 대규모 수상태양광 제작기술에 있어 전 세계적으로 약 2년 앞선 기술력을 자랑한다. 또 최적 설계와 신공법으로 건설비용을 약 30%가량 절감했다. 물과 에너지의 융합을 통한 진정한 녹색기술 실현을 위해 호소 수질에 영향이 없는 친환경 기자재만을 사용했다. 또 알루미늄 소재로 구조체를 제작함으로써 친환경성을 높였다. 한호연 녹색에너지처장은 “일본이 수상태양광 기술을 수입하려고 수자원공사를 방문했고 싱가포르, 필리핀, 브라질 등이 적극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자원공사는 앞으로 2022년까지 상수원 보호구역 등을 제외한 31개 댐에 단계적으로 1800㎿ 규모의 수상태양광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는 220만명이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시설로 매년 160만t의 이산화탄소 감축효과와 395만 배럴의 원유수입 대체효과가 있다.

그러나 그게 다가 아니다. 농촌공사가 관할하는 농업용 저수지와 지자체 소유 소규모 저수지도 있다. 수자원공사 내부 자료에 따르면 특히 농촌공사 저수지 수면의 5%인 32.6㎢를 활용하면 1976㎿의 발전규모를 확보할 수 있다.

합천=임항 환경전문기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