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경, 이상득-임태희 로비 저울질… 이상득 前의원 재판서 ‘미래저축銀’ 전 감사실장 증언

입력 2012-10-15 21:58

“이상득이 나을까 임태희가 나을까.”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구속기소)은 지난해 8월 김모(54) 당시 감사실장에게 물었다. 김 전 실장은 “이상득이 나을 것 같은데 역효과가 있을 수 있으니 잘 판단하라”고 대답했다. 이 대화는 미래저축은행 등으로부터 수억원대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이상득(77) 전 새누리당 의원에 대한 재판과정에서 나온 증언 내용이다. 당시 미래저축은행은 1400억원대의 고객 돈을 빼돌려 만든 ‘아름다운CC 골프장’ 때문에 금융감독원 경영진단에 문제가 생길 상황이었다. 김 회장 등은 불법대출 부분만 들키지 않으면 큰 문제없이 금감원의 경영진단을 넘길 것이라고 판단했다. 로비 대상은 이 전 의원으로 결정됐다고 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판사 이원범) 심리로 15일 열린 공판에 증인으로 나선 김 전 실장은 “김 회장이 ‘예전에 3억원을 준 것도 있으니 김덕룡 전 의원을 통해 SD에게 얘기 해야겠다’고 말했다”며 김 회장이 이 전 의원에게 돈을 건넸고, 그 후에도 금감원 감사를 피하기 위해 구명로비까지 한 정황을 증언했다. 실제로 미래저축은행은 지난해 9월 금감원의 경영평가에서 영업정지 대상으로 지정되지 않았다. 이후 “(감사) 끝났는데 인사도 안 한다고, 노인네(이 전 의원)가 화를 내네”라고 김 회장이 말하기도 했다고 김 전 실장은 덧붙였다.

검찰은 이런 증언들을 바탕으로 이 전 의원 측을 몰아붙였다. 이에 대해 이 전 의원 측은 “김 회장을 잘 알고 지낸 것도 아니고, 김덕룡 의원을 통해 2∼3번 만난 것이 전부”라며 “돈을 받거나 수시로 접촉하지도 않았다”고 반박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