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 세계은행 총재 “한국의 경제 발전 항상 자랑스럽다”

입력 2012-10-15 22:17


전후 재건에 겨를이 없었던 1959년 서울에서 태어난 사내아이는 5년 뒤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다. 치과의사였던 부친과 철학박사인 어머니는 그에게 “위대한 것에 도전하라”고 가르쳤다. 인권과 평등을 부르짖은 흑인운동의 대부 마틴 루서 킹 목사가 서거한 1968년 9세였던 소년은 “세상의 불평등을 없애겠다”고 다짐했다.

소년은 48년 뒤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 거물이 돼 고국을 찾았다. 세계은행 총재 짐 용 김(Jim Yong Kim·이하 한국명 김용). 그는 15일 취임 이후 처음으로 서울 신라호텔에서 한국기자단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는 똑 부러진 한국말로 “고향에 돌아오니 기쁩니다. 또한 세계은행 사무소를 대한민국에 개설하는 중요한 때에 회견 기회를 마련해 줘 고맙습니다. 여러분 환영합니다”라고 말했다.

김 총재는 세계은행 한국사무소 설립과 한국의 9000만 달러 기금 출연 소식을 전하며 “한국의 발전 상황은 항상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은 개발 원조가 진정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증거”라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은 그동안 가장 가난한 나라들을 많이 도왔다”며 “특히 과거 한국에 도움을 제공했던 국제개발협회(IDA) 펀드에 받은 것을 돌려주려는 노력 덕에 굶주리던 어린 아이들이 밥을 먹게 됐다”고 감사를 표했다.

그는 외환위기 시절 한국이 겪은 고통에 대해 “실직자들이 정장차림으로 공원에 앉아있던 것과 국민들이 금 모으기에 나서 10억 달러에 가까운 기금을 마련한 것을 기억한다”고 회상했다. 침체에 빠진 세계 경제에 대해서는 “신뢰를 회복하고 빨리 성장으로 돌아서서 민간부문을 중심으로 신속하게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해법을 제시했다.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김 총재는 “내 아버지가 17세 때 북한 남포에서 피난을 내려왔다. 가족들과 생이별했고, 아직도 북한에 친척이 남아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운을 뗐다. 그러나 “세계은행 기금을 회원국이 아닌 북한을 위해 사용하기는 어렵다. 북쪽에서 일어나는 비극적인 상황에 동감을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복잡한 정치적 상황 탓에 지원을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2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IMF 총회에서 일본 왕세자를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공식 호칭인 ‘Imperial Highness(황태자)’ 대신 ‘Royal Highness(왕세자)’라고 지칭한 점에 대해서는 “명백한 실수였다”고 해명했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