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아래 가장 아름다운 빛’ 23년만에 한자리… 국립중앙박물관 ‘천하제일 비색청자’전

입력 2012-10-15 20:05


고려시대 문인 이규보(1168∼1241)는 동국이상국집에서 “청자 베개를 베고 낮잠을 자고 나면 ‘황량몽’(당나라 노생이 도사가 준 베개를 베고 나서 꾸었다는 부귀영화의 꿈)을 꾼 것 같다”고 말했다. 고려청자는 고려 사회가 안정된 12세기부터 절정기를 맞는다. 당시 왕족과 귀족들은 청자 접시로 식사를 했고, 청자 매병엔 술을 담갔다. 귀족부인들의 화장품 상자도 있었다. 고려식 타일인 청자 자판과 청자 기와 등 최상급 건축자재로도 쓰였다. 청자는 무덤에 부장품으로 넣기도 했다.

고려 귀족들의 삶 속에 녹아들었던 청자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국내 최대 전시회가 마련됐다. 16일부터 12월 16일까지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천하제일 비색청자’전. 1989년 고려청자명품전 이후 23년 만의 특별전이다. 국보 18점, 보물 11점이 나온다. 일본에서도 중요문화재 2점을 보냈다. 완성형만 350여점이 총출동했다.

김영나 국립중앙박물관장은 “국내외 지정문화재가 이만큼 많이 모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눈이 최대의 호사를 누릴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전시회는 고려와 흥망성쇠를 함께한 청자의 역사를 보여주고 청자를 통해 고려의 식문화, 여가문화, 종교, 장례 문화를 보여주도록 꾸몄다.

청자는 통일신라 말기 차 문화의 유행과 함께 중국에서 수입된 고가 사치품이었다. 그러던 것이 국산 청자로 대체되기 시작한 것은 10세기 중·후반. 처음에는 중국 것을 모방했으나 12세기가 되면서 송나라 태평노인이 고려비색청자를 송나라 것을 능가하는 천하제일의 하나로 꼽는 정도가 됐다. 무신 집권기에 이르면 중국에는 없는 독창적인 상감청자 기법이 개발되기에 이른다.

특별전 하이라이트는 천하제일로 꼽을 수 있는 엄선된 국보(급) 22점만 특별히 따로 모은 전시다. ‘청자사자장식향로’(국보 60호·국립중앙박물관)의 모양은 송나라 사신 서긍이 너무 예뻐서 베껴 그렸다는 일화가 있다. 아기 원숭이가 한 손으론 어미의 젖무덤을, 다른 손으론 뺨을 만지는 ‘청자모자원형연적’(국보 270호·간송미술관)의 앙증맞은 도상은 중국에는 없는 것으로 고려인 심성이 깃든 것이다. 일본 야마토문화관 소장의 ‘청자조각구룡형정병’(일본 중요문화재)은 현지에서도 일반에 선보인 적은 한 번밖에 없었다고 한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