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플레이오프 ‘벌떼-양떼의 충돌’… 마운드가 승부 가른다

입력 2012-10-15 19:16


“SK를 대표하는 선수는 김광현이죠.”(이만수) “유먼은 SK를 상대로 좋은 성적을 냈습니다.”(양승호)

이만수 SK 감독과 양승호 롯데 감독이 15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2012 팔도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PO) 미디어데이에 참석해 출사표를 던졌다. 2년 연속 맞붙은 두 감독은 ‘항구시리즈(인천항-부산항)’로 불리는 이번 시리즈의 승자는 자신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특히 이 감독은 시리즈 전체 분위기를 좌우할 1차전의 선발투수로 김광현을 내세워 주목을 받았다. 김광현은 SK 가을 야구의 상징이지만 지난해부터 부상 탓에 제 기량을 찾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이 감독이 김광현을 PO 1차전의 선봉장으로 낙점한 것은 다소 의외다. 이 감독은 “성준 투수 코치가 반대했지만 김광현이 작년보다 컨디션이 좋아서 내가 강력하게 밀어붙였다”고 설명했다.

예상밖의 선택을 한 이 감독과 달리 양 감독은 예상대로 유먼을 내세웠다. 유먼은 사도스키와 이용훈이 부상으로 빠진 롯데에서 실질적인 에이스인데다 올해 7개 구단 가운데 SK를 상대로 가장 좋은 공을 던져 ‘비룡 킬러’로 불렸기 때문이다.

또 이날 미디어데이에서 관심을 모은 선수는 올 시즌을 앞두고 SK에서 롯데로 이적한 정대현이다. 롯데 불펜의 핵심인 정대현에 대해 이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워낙 정대현을 알기 때문에 잘 칠 것”이라고 기대했고, 양 감독은 “정대현도 SK 선수들을 잘 알고 있다”며 맞받아쳤다.

이번 시리즈를 예상하는 질문에 두 사령탑 모두 “불펜싸움이 승부의 관건이 될 것”이라면서 4차전에서 끝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감독은 “우리는 불펜에 박희수, 정우람이라는 좋은 투수가 있고 엄정욱, 박정배, 최영필, 이재영도 있다”면서 “선발이 5∼6회 정도만 막아준다면 중간투수도 잘 막아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해의 설욕을 다짐한 양 감독은 “SK가 ‘벌떼 야구’라면 우리는 ‘양떼 야구’(양승호 감독의 성을 따 만든 조어)로 승부할 것”이라면서 “상황에 따라 중간 투수들을 선발로 내세워 짧게 이닝을 던지는 방식도 고려하는 등 이번 시리즈는 중간 투수들에게 힘든 PO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SK와 롯데 선수들도 사령탑과 뜻을 같이 했다. SK의 이호준은 “정규시즌이 끝난 후 겨우 하루만 쉬고 PO를 대비해 왔다”면서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한 만큼 팬들께 멋진 경기를 보여드리겠다”고 자신했다. 이에 대해 롯데의 김사율은 “롯데가 시즌 막판 2위에서 4위에서 내려앉으면서 안 좋은 거 다 겪었지만 다 이겨내고 강해졌다”면서 “롯데가 그동안 포스트시즌에서 첫 단계를 넘지 못하는 징크스가 있었는데, 이번에 깬 만큼 PO에서도 승리를 확신한다”고 맞불을 놓았다. 두 팀의 징크스와 관련해 SK의 정근우는 “제 아이가 태어나는 해에 늘 SK가 우승했는데, 올해 세 번째 아이가 태어나서 이길 것 같다”며 미소지었다. 그리고 롯데의 황재균은 “성흔 형이 미디어데이에 나오면 롯데가 항상 졌는데, 오늘은 내가 나왔기 때문에 이길 것 같다”고 말해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문학=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